코스피가 8,000선을 내준 뒤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면서 증시 주변에 머물던 대기자금이 빠르게 줄고 있다. 투자 심리가 한꺼번에 위축된 데다 일부 자금은 공모 청약으로 이동하고, 일부는 급락장을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해 실제 주식 매수에 투입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10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27조6천65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전보다 2조5천124억원 줄어든 수치로, 이달 들어 가장 낮다. 특히 6월 4일 139조6천947억원과 비교하면 4거래일 만에 12조882억원이 빠졌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증권 계좌에 넣어둔 대기성 자금으로, 통상 주가 상승 기대가 커지거나 대형 기업공개를 앞두고 청약에 참여하려는 수요가 많을 때 늘어난다.
이번 감소에는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6월 9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메리츠제2호스팩 일반 청약에 4조7천억원의 청약 증거금이 몰리면서 예탁금 일부가 청약 자금으로 옮겨갔다. 동시에 개인투자자들은 지수가 급락한 10일 저가 매수에 적극 나섰다. 이날 코스피가 4.52% 떨어지는 동안 개인은 4조8천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예탁금이 줄었다는 것은 단순히 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갔다는 뜻만이 아니라, 대기 자금이 실제 투자나 청약으로 이동했다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다만 최근 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한 점은 투자 심리 전반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른바 빚투 지표로 불리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6월 10일 36조7천736억원으로, 하루 만에 1조1천억원 넘게 감소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방식인데, 대체로 상승 기대가 강할수록 잔고가 늘어난다. 최근 38조원에 육박했던 잔고가 하루 사이 큰 폭으로 줄었다는 것은 변동성이 커진 장세에서 레버리지 투자(빌린 돈을 활용한 투자)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대매매 지표는 다소 진정됐지만, 불안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탁매매 미수금에 따른 반대매매 금액은 6월 10일 396억원으로, 5일부터 9일까지 3거래일 연속 1천억원을 웃돈 흐름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외상 성격의 미수 거래를 한 뒤 2거래일 안에 돈을 갚지 못하면 3거래일째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파는 제도다. 앞서 5일 1천661억원, 8일 1천391억원, 9일 1천697억원으로 사흘간 강제 처분 규모가 5천억원에 육박했지만, 10일에는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율도 10.5%에서 2.5%로 낮아졌다. 다만 미수금 자체는 9일 1조5천953억원에서 10일 1조6천917억원으로 늘어, 시장 불안이 완전히 가라앉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증시 변동성이 얼마나 빠르게 진정되느냐에 따라 대기자금 복귀 여부와 개인투자자의 위험 선호 회복 속도가 갈릴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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