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거래가 국내 증시를 사실상 좌우하는 수준으로 커지면서, 반도체 두 종목과 이를 기초로 한 고위험 상품에 자금이 과도하게 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일 기준 삼성전자 거래대금은 9조5천563억원, SK하이닉스는 15조2천560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종목 거래대금을 합치면 24조8천123억원으로, 같은 날 코스피와 코스닥 전체 거래대금 48조6천90억원의 51.0%를 차지했다. 이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상장되기 하루 전인 5월 26일의 30.0%와 비교해 21.0%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레버리지는 기초자산의 일간 수익률을 배수로 따라가도록 설계한 상품이고, 인버스는 반대로 움직이도록 만든 상품이다.
여기에 8일 기준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16종의 거래대금 15조6천45억원까지 더하면 집중도는 더욱 뚜렷해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본주, 그리고 이들 관련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거래대금이 국내 증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3.1%까지 올라간다. 다만 이 계산은 코스피와 코스닥 거래대금 기준이어서, 상장지수펀드 거래까지 모두 합산하면 비중은 더 낮아질 수 있다. 그럼에도 시장 참가자들은 핵심 자금이 사실상 반도체 대표주와 관련 파생 성격 상품으로 집중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처럼 특정 종목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면 지수 자체의 움직임도 해당 종목에 끌려가기 쉬워진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함께 급락한 7일과 8일 코스피도 비슷한 방향으로 큰 폭 하락했다. 7일 삼성전자는 6.92%, SK하이닉스는 6.06% 내렸고, 코스피는 4.91% 하락한 7,656.31에 마감했다. 8일에도 삼성전자는 6.25%, SK하이닉스는 5.68% 떨어졌으며, 코스피는 5.35% 내린 7,246.79까지 밀렸다. 반도체 대표주의 변동성이 시장 전반의 체감 위험을 키우는 구조가 강화됐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책 당국도 이런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7월 5일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과 거래 규모 비중이 주식시장 절반 이상으로 커진 상황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가 쏠림을 더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역시 7월 6일 3차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를 열어 시장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필요하면 운용사의 과도한 마케팅 여부도 점검하기로 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단기 수익을 노리는 자금이 몰리기 쉬운 만큼,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이라는 두 과제가 함께 제기되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조정을 거치면서 반도체 일변도 장세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 강진혁 연구원은 대형주 쏠림이 누그러지는 흐름 속에서 반도체와 비반도체 업종 사이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은행, 화장품, 유통 등 다른 업종의 이익 개선 기대가 살아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안타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거래 관리 강화, 괴리율 규제, 투자자 진입장벽 상향 같은 제도 보완이 뒤따르면 개인 투자자의 극심한 수급 쏠림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반도체 대표주 쏠림이 계속될지, 아니면 제도 보완과 업종 순환을 계기로 시장의 무게중심이 넓어질지를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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