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2026년 7월 10일 미국 나스닥에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하면서, 해외 투자자의 매매 접근성이 넓어지고 국내 본주 가치도 함께 다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ADR은 나스닥에서 거래를 시작한다. 정식 종목 코드는 ‘SKHY’이며, 상장 첫날인 10일에는 임시 코드인 ‘SKHYV’로 거래된 뒤 13일부터 정식 코드로 바뀔 예정이다. ADR은 미국 투자자가 해외 기업 주식을 미국 증시에서 보다 쉽게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증서다. 국내 주식을 직접 매수하기 어려운 글로벌 자금이 우회적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자 저변을 넓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증권가는 이번 상장이 단순한 거래시장 확대를 넘어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KB증권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9일 보고서에서 미국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이 커지면 미국 ADR과 한국 본주의 밸류에이션, 즉 평가가치가 함께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근거로는 1997년 10월 미국에 ADR을 상장했던 대만 반도체 기업 TSMC 사례가 거론된다. 당시 TSMC는 미국 시장에서 본주보다 높은 가격을 인정받는 프리미엄이 형성됐고, 이 과정에서 본주와 ADR 사이 가격 차이를 활용한 거래 수요가 이어지면서 대만 본주 역시 함께 재평가되는 흐름을 보였다.
실제 초기 수요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 통신은 8일 현지시간 기준 SK하이닉스 ADR 수요예측에서 공모 물량의 7배가 넘는 청약이 몰렸다고 보도했다. 신한투자증권 노동길 연구원은 북빌딩(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사전 수요를 파악하는 절차)에서 공모 물량을 웃도는 주문이 확보됐고, 대형 글로벌 기관의 참여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상장 초기에 ADR 가격이 한국 본주를 환산한 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미국 시장의 높은 평가가 국내 본주로 그대로 이어질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노동길 연구원은 미국에서 가격이 높게 형성되더라도 국내 본주 수익률은 별개의 경로를 탈 수 있다고 짚었다. 핵심은 본주를 미국 시장용 증서로 얼마나 원활하게 전환해 공급할 수 있는지, 또 두 시장의 가격 차이를 차익거래가 얼마나 빠르게 줄일 수 있는지다. TSMC의 경우에는 미국 ADS와 대만 본주 사이 전환 구조에 제약이 있어 프리미엄이 장기간 유지됐지만, SK하이닉스가 같은 구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초기에는 미국 시장에서 웃돈이 붙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 프리미엄이 장기적으로 고착화될지는 불확실하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미국 ADR 가격과 한국 본주 가격의 관계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본다. 미국에서 형성된 높은 가격이 국내 주가에도 반영되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위상이 한 단계 높아졌다는 신호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미국 시장 안에만 프리미엄이 머문다면 국내 투자자가 체감하는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두 시장의 가격 차이, 대차잔고(주식을 빌린 물량), 선물 미결제약정 같은 수급 지표에 따라 더 분명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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