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미국 증시서 '역김치 프리미엄' 논란… ADR 공모가 본주보다 높아

| 토큰포스트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 상장이 본주보다 높은 가격에 출발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형성될 수 있는 가격 프리미엄이 국내 상장 주가에도 영향을 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0일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공모가를 주당 149달러로 확정했다. 미국예탁주식(ADS) 1주가 한국 보통주 10분의 1에 해당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9일 국내 증시에서 형성된 SK하이닉스 종가 218만6천원, 달러 기준 약 1천445달러보다 약 2.9%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업의 권리를 나눠 거래하는 상품인데도 미국 시장 가격이 더 비싸게 책정된 셈이다. 이런 현상은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서 더 높은 값을 받는다는 뜻에서 이른바 역김치 프리미엄으로 불린다.

이 같은 가격 차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 ADR 수요예측에는 공모 물량의 7배가 넘는 1천715억달러의 자금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국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나스닥에 상장된 ADS가 훨씬 접근하기 쉽고, 10대 1 교환비율을 적용해 1주 가격을 낮춘 점도 투자 문턱을 낮췄다. 실제로 해외에 상장된 외국 기업의 ADR이 본주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1997년 10월 미국에 ADR을 상장한 대만 TSMC의 경우 현재 ADS가 본주보다 16%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다만 이런 가격 차가 장기간 유지될지는 본주와 ADS 사이 전환이 얼마나 자유로운지에 달려 있다. 일반적으로 값싼 본주를 사들여 ADS로 바꾼 뒤 미국 시장에서 비싸게 팔 수 있다면 차익거래가 가능해지고, 가격 차는 빠르게 줄어든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변동성 확대와 수급 불안을 막기 위해 전환 절차에 제약이 많다. SK하이닉스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낸 증권신고서에서 ADS를 한국 보통주로 바꾼 뒤, 다시 그 보통주를 예탁해 ADS로 전환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ADS로 표시되는 보통주 총수가 일정 한도를 넘으면 예탁기관이 회사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현재로선 ADS를 본주로 바꿔 물량 여유가 생겨야 다시 본주에서 ADS로 넘어갈 수 있는 구조로 읽힌다.

시장에서는 단기와 중기의 흐름을 나눠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상장 ADS를 사들이고 한국 본주는 매도하는 전략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UBS 그룹은 7일 고객 노트에서 나스닥 상장 ADS를 매수하고 한국 상장주식을 공매도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는 미국 시장의 접근성 프리미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반면 중기적으로는 괴리율이 점차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가 SEC에 제출한 예탁증서 관련 서류(F-6)를 보면 ADR 등록 물량은 17억8천만주로, 이번 공모 물량의 약 10배에 이른다. 추가 공급 여력이 충분하다는 뜻이어서, 회사가 ADS 물량을 계속 늘리면 미국 시장의 프리미엄이 낮아질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전체 발행주식의 2.5%에 해당하는 ADS 1억7천790만주를 이날 나스닥에 상장한다. 미국 동부시간 기준 10일에는 종목 코드 SKHYV로 조건부 거래가 시작되고, 13일부터는 SKHY로 정규 거래가 이뤄진다. 이번 공모를 통해 조달하는 금액은 265억700만달러, 우리 돈 약 40조원이다. 향후 시장의 핵심 변수는 미국 투자 수요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그리고 본주와 ADS 사이 전환 및 추가 공급이 어느 정도 속도로 이뤄지는지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시장에서 먼저 가격이 움직인 뒤 국내 본주가 뒤따라가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한동안 두 시장의 가격 차가 더 벌어지는 모습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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