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10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SK그룹은 반도체 사업을 글로벌 자본시장과 인재 시장에 본격적으로 연결하는 전환점을 맞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상장 직후 미국 CNBC 인터뷰에서 이번 상장을 “역사적 순간”이라고 평가하며, 15년 전 하이닉스를 인수할 당시의 구상이 현실이 됐다고 밝혔다.
이번 상장은 단순히 해외 증시에 이름을 올린 데 그치지 않는다. 미국 증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자본시장이자 기술기업 중심의 투자 생태계가 형성된 곳이어서,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 창구를 넓히고 기업가치를 국제적으로 평가받는 효과가 있다. 최 회장은 특히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글로벌 자본시장 접근성이 높아졌고,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같은 보상 수단을 활용해 세계 각국의 우수 인재를 더 쉽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새롭게 유입되는 미국과 글로벌 주주들이 지배구조의 변화와 고도화에도 동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하는 ‘고점 상장’ 우려에 대해서는 인공지능 시대의 수요 구조가 과거와 fundamentally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 반도체 시장은 스마트폰이나 개인용 컴퓨터 같은 기기 판매량에 따라 수요가 움직이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 서비스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메모리칩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최 회장은 이러한 변화 때문에 메모리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며, 단순한 경기 순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내 생산 투자 가능성도 열어뒀다. 최 회장은 현재 인디애나주에 40억달러를 투입하는 패키징 공장 투자 외에 추가 반도체 공장 투자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내부적으로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당장은 확정된 추가 계획이 없지만 적절한 입지를 찾는다면 미국 내 투자를 더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정책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현지 생산과 후공정 투자를 통해 전략적 대응에 나서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최 회장은 반도체를 넘어 인공지능 전반에 대한 대규모 투자 구상도 함께 밝혔다. 그는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인공지능 분야에서 적어도 수백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예상하고 있다며, 메모리칩뿐 아니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관련 기술, 스타트업, 파트너사와의 합작 투자까지 폭넓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SK가 메모리 공급기업을 넘어 인공지능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영향력을 넓히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SK하이닉스의 글로벌 자금 조달 확대와 미국 투자 구체화, 그리고 인공지능 관련 사업 확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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