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미국 상장, '역 김치 프리미엄'에 시선 집중

| 토큰포스트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미국예탁주식이 첫 거래일에 10% 넘게 오르면서, 이 흐름이 국내 반도체주와 한국 증시 전반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미국예탁주식은 지난 10일 나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 149달러보다 12.76% 오른 168.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미국 투자자가 외국 기업 주식을 쉽게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예탁증권이고, 미국예탁주식(ADS)은 그 증서와 연계돼 실제로 거래되는 단위다. 이번 SK하이닉스의 경우 ADS 1주가 한국 보통주 10분의 1에 해당하는데, 이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미국 시장 가격은 지난주 국내 본주 종가 218만원보다 15.78%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해외 상장분이 국내 본주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은 이른바 '역 김치 프리미엄'으로 불린다. 같은 기업의 같은 가치가 시장에 따라 다른 가격을 받는 '1물 2가'가 나타나는 셈이다. 이런 가격 차는 드문 일이 아니다. 1997년 10월 미국에 ADR을 상장한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도 현재 ADS가 본주보다 대체로 16% 높은 값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투자자들의 대기 수요가 크고, 결제 시차나 세금, 규제 문제로 본주와 ADS 사이 자금 이동이 즉각 이뤄지지 않을 때 이런 프리미엄이 형성된다고 본다.

핵심은 차익거래가 얼마나 자유롭게 가능하느냐다. 원칙적으로는 값이 싼 한국 본주를 사서 이를 ADS로 전환한 뒤 미국 시장에서 더 비싸게 팔 수 있다면 가격 차는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하지만 실제로는 규제와 행정 절차가 걸림돌이 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SK하이닉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예탁증서 관련 서류 승인과 한국 금융위원회 신고 절차 등을 거쳐 본주와 ADS 간 상호 전환이 가능하도록 법적 절차를 밟고 있지만, 한국 금융당국의 제한이나 외환거래법 문제로 완전한 상호 전환 승인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도 ADS로 표시되는 보통주 총수가 일정 한도를 넘으면 예탁기관이 회사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분간은 이런 제약 때문에 미국 상장분의 프리미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원주에서 ADR로 전환하려면 관계당국 신고가 필요하지만, 실무적으로는 이미 발행된 물량 범위 안에서만 별도 신고 없이 전환이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는 ADS 가격이 본주보다 약 16% 비싸기 때문에 투자자가 굳이 ADS를 본주로 바꿀 유인도 크지 않다. SK하이닉스가 SEC에 제출한 F-6 서류상 ADS 등록 물량은 17억8천만주로 이번 공모 물량의 약 10배에 달하지만, 단기간에 추가 물량 공급이 본격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초기에는 미국 시장에서 SK하이닉스를 사고, 미국 경쟁사인 마이크론 등과 비교해 상대가치를 겨루는 롱숏 전략(매수와 공매도를 함께 활용하는 투자 방식)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은 조금 더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서상영 상무는 프리미엄 문제 때문에 ADS 급등이 곧바로 본주 상승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봤다. 반면 SK하이닉스의 미국 증시 데뷔가 성공적이었다는 사실 자체는 한국 반도체주 전반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가 이를 계기로 SK하이닉스 본주를 다시 사들이면 국내 증시에도 강세 흐름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본주가 상대적으로 눌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UBS그룹은 7일 고객 노트에서 상장 첫날부터 ADS를 매수하고 국내 본주를 공매도하는 전략이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이 같은 흐름은 본주와 ADS의 전환 규제가 얼마나 완화되는지, 그리고 외국인 자금이 실제로 한국 본주로 유입되는지에 따라 향후 방향이 갈릴 가능성이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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