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13일 장중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대형주를 둘러싼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이날 오전 10시 42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8.17% 내린 200만2천원에 거래됐다. 장 초반 3.07% 하락한 211만3천원으로 출발한 뒤 낙폭이 빠르게 커졌고, 한때 198만5천원까지 밀리며 200만원선을 내주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같은 시각 4.04% 하락한 27만3천500원에 거래됐고, 장중에는 27만원까지 떨어지며 5% 넘는 약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반도체 두 종목이 동시에 급락했다는 점에서 시장 충격이 더 크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번 하락은 미국 증시 흐름만 놓고 보면 다소 이례적이다. 지난 10일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가 각각 0.29%, 0.42% 올랐고, 나스닥 종합지수도 0.29% 상승했다. 특히 나스닥에 미국주식예탁증서, 즉 에이디알 형태로 상장한 SK하이닉스는 공모가보다 13% 높은 168.49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주 국내 본주 마감가 218만원과 비교하면 15.78% 높은 수준이다. 통상 이런 가격 흐름은 국내 주가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날 시장은 다른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가장 큰 배경으로는 중동 정세 악화가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말 사이 이란과의 휴전 종료를 공식 선언했고, 이란은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여기에 한국시간 13일 오전 6시부터 미군 중부사령부가 이란을 상대로 추가 공습을 시작했다고 밝히면서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나타냈다. 유가 급등은 기업 비용 부담을 키우고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위험이 커질 때 반도체처럼 시가총액이 큰 경기민감주 비중을 먼저 줄이는 경향이 있어, 이번 매도세에도 이런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수급, 즉 투자 주체별 매매 흐름도 하락 압력을 키웠다. 같은 시각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이 8천306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천147억원, 4천415억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코스피 전기·전자 업종에서는 개인이 1조1천267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천750억원, 6천82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일부 외국계 기관이 에이디알을 매수하고 국내 본주는 공매도하는 전략을 거론한 점도 단기 투자심리를 흔든 요인으로 거론된다. 같은 기업을 두 시장에서 다른 방식으로 거래하는 이런 움직임은 가격 차이를 활용하려는 거래로 해석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매도 압력으로 체감될 수 있다.
결국 이날 반도체 대형주의 급락은 기업 실적 자체보다는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 국제유가 급등,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라는 외부 변수가 한꺼번에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국제 정세와 유가 방향, 외국인 수급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업종 전반의 변동성이 평소보다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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