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코자산운용은 14일 한국 증시가 기업 이익 개선 기대와 정책 지원에 힘입어 투자 매력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글로벌 자산운용사 로베코자산운용의 조슈아 크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열린 ‘2026년 하반기 글로벌 멀티에셋 전망’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늘고 있는 점,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정책이 시장의 체질 개선 기대를 높이고 있는 점을 핵심 배경으로 들었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기업이 남는 자금을 활용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대표적인 방식으로,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 상승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보는 요소다.
로베코는 특히 한국 산업의 구조적 경쟁력에 주목했다. 반도체, 정보기술, 조선, 방산, 로봇처럼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업종을 두루 갖추고 있어 특정 산업에만 기대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크랩 대표는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주요국 가운데 주당순이익(EPS·기업 순이익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값) 전망치가 가장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업 실적에 대한 시장 기대가 이전보다 좋아졌다는 뜻으로, 주가를 떠받치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로 꼽힌다.
인공지능과 관련한 평가도 눈길을 끌었다. 로베코는 한국과 대만이 인공지능 하드웨어 공급망의 대표 수혜 시장인 동시에, 소프트웨어 중심의 인공지능 재편 충격에서는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있는 편이라고 봤다. 이른바 인공지능 디스럽션은 새 기술이 기존 산업 질서를 빠르게 바꾸는 현상을 말하는데, 한국은 반도체와 전자부품 같은 실물 공급망 경쟁력이 커 직접적인 수혜를 볼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크랩 대표는 인공지능 관련 종목에 대한 과열이 다소 식더라도 한국 증시는 배당, 자사주 매입, 견조한 수출, 메모리 반도체 외 업종의 실적 개선이 지수를 받쳐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 시장이 인공지능 관련 노출도가 큰 데 비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이 높지 않은 기업이 20~30% 수준의 이익 성장을 이어간다면, 시장에서 평가가 더 낮아지는 디레이팅 가능성은 크지 않고 오히려 주가 상승 여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글로벌 증시 전반에 대해서는 낙관론 속에서도 쏠림 현상을 경계했다. 고착화된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매파적 통화정책은 높은 평가가치를 정당화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고, 실제로 일부 소수 주도주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럼에도 로베코는 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견조한 만큼, 현재 인공지능 종목에 집중된 상승 흐름이 다른 업종과 지역으로 퍼질 경우 유럽을 비롯한 미국 밖 증시에도 기회가 확산할 수 있다고 봤다. 아시아 시장 역시 에너지 가격 부담이라는 변수는 남아 있지만 기술주 외에도 투자 대상을 넓혀볼 만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한국 증시가 인공지능 수혜 기대와 저평가 매력, 주주환원 확대가 맞물리는 시장으로 계속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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