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시대 마감... 후계자 그렉 아벨, '자본 배분 천재'로 낙점

| 김민준 기자

워런 버핏은 60년 넘게 이끌어온 버크셔 해서웨이(BRK.A, BRK.B)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후계자인 그렉 아벨의 역량을 강하게 신뢰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아벨은 내가 가르친 것이 없는, 이미 준비된 인재"라며 “정말 뛰어난 재능은 드물다. 자본 배분에서도, 비즈니스에서도, 거의 모든 분야에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오는 연말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물려받게 될 아벨은 현재 버크셔의 비보험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에너지와 철도사업을 포함한 핵심 분야의 실적을 이끌며 장기간 탄탄한 신뢰를 쌓아온 그는, 그간 버핏의 철학과 투자 원칙에 충실한 인물로 평가받아 왔다. UBS 애널리스트들 역시 최근 고객 노트에서 “아벨은 뛰어난 운영자이며 이미 버크셔의 일부 사업을 개선해 온 인물”이라며 “경영 전략과 기업 문화 측면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아벨이 맡게 될 경영 전환은 지난 5월 열린 버크셔 주주총회를 통해 공식화됐다. 94세인 버핏은 당시 행사장에서 직접 "버크셔의 미래는 내 경영보다 아벨의 지휘 아래에서 더 나을 것"이라며, CEO 역할에서 물러나는 대신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발표 이후 주가는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올해 들어 11% 상승하며 S&P500보다 높은 성과를 기록 중이다.

버핏은 유독 투자 아이디어에 있어서도 아벨의 감각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그렉은 자금의 흐름에 대해 나름의 관점을 갖고 있으며, 훌륭한 투자자로서의 감각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현재 버크셔가 보유 중인 기록적인 3,477억 달러(약 500조 원)에 달하는 현금 자산이 향후 어디에 투입될지에 대한 기대감 또한 커지고 있다.

아벨 역시 경영 철학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그는 주주총회에서 “버크셔는 워런의 방식대로 회사가 운영될 것이며, 그 원칙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리더십 교체가 아닌,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버핏의 유산을 계승하며 지속가능한 경영을 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