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평균 콜센터 직원의 연간 이직률은 30%에서 45% 사이에 이른다. 낮은 급여와 업무 강도, 성장 기회의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아리조나에 본사를 둔 텔레버드(Televerde)는 이와 대조적인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바로 재소자 중심의 여성 전용 콜센터 모델을 통해 30년 넘게 영업을 이어가며, 재범률을 사실상 0에 가깝게 낮추는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텔레버드는 전체 직원 약 600명 중 60%가 여성 재소자이며, 이들이 일하는 10개 센터 중 7곳은 교도소 내에 위치한다. 일반적인 교도소 노동이 단순 인력에 초점 맞춰져 있는 반면, 텔레버드는 외부 노동시장 수준의 급여를 제공하고, 고객 응대·마케팅 교육을 포함한 체계적 직무 훈련을 시행한다. 직원 선발 기준도 엄격해, 무징계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유지됐고 남은 형기가 4년 이상인 경우에만 채용 기회가 주어진다.
단순한 고용 프로그램을 넘어, 텔레버드는 2020년 설립된 비영리재단 텔레버드 파운데이션을 통해 출소 후 삶의 재정착까지 지원한다. 금융 문해 교육, 가족 회복 프로그램, 취업 지원 등 포괄적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실제로 해당 프로그램을 졸업하고 출소한 455명 가운데 한 명도 재수감되지 않았다. 이는 미국 전체 여성 수감자의 평균 재범률 63%와 비교해 극단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실효성을 입증 중이다. 시스코(CSCO), SAP, 어도비(ADBE), 세일즈포스(CRM) 등 글로벌 기업들이 파트너로 함께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15년 넘게 계약을 유지중이다. 고객사는 텔레버드의 낮은 이직률과 고정 인력 확보 덕에 안정적인 운영 품질을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공 뒤에는 여성 인력 중심의 전략이 있다. 텔레버드는 재소 여성에게 기회가 적고, 고객도 여성 전용 환경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는 평가에 기반해 여성을 채용 우선 대상으로 삼고 있다. 통신 책임자인 켈리 왈렌시아크는 앞으로 남성까지 확대 검토 중임을 밝히며 프로그램 범위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물론 시스템 구축엔 현실적 장벽도 따른다. 교도소 내부에 콜센터 시설을 구축하는 데는 보안, 행정, 기술 인프라 등에서 많은 제약이 존재한다. 이메일과 전화 접근은 사전 승인된 대상에 제한되고, 외부 고객사의 교도소 방문 역시 엄격한 보안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교도 당국의 폐쇄적 정책 탓에 사업 진출 자체가 불가능한 지역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텔레버드는 포기하지 않는다. AI 기술 확산에 맞춰 교정 당국과 협력해 AI 역량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재소자가 미래 노동시장의 핵심 기술을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CEO 빈스 바솔로는 “이들이 기술을 더 빠르게 습득하는 건 자발적 동기와 외부 자극이 없는 환경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디애나 매디슨 교정시설의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는 “진심으로 저희 성공을 바라는 환경 덕분에 나갈 준비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며 자긍심을 드러냈다. 이러한 사례는 교도소 노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넘어, 삶을 재건하는 새로운 모델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