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3 신화의 주인공, 짐 러블 별세…우주 탐사의 전설 떠나다

| 연합뉴스

55년 전 인류를 대표해 달에 도전했던 미국 우주비행사 짐 러블이 미국 일리노이주 자택에서 8월 7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7세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 소식을 다음 날 공식적으로 밝혔다.

러블은 해군 파일럿 출신으로, 미국이 1960년대 우주개발 주도권을 놓고 구소련과 경쟁했던 시절 NASA의 대표적인 유인 우주 프로그램인 ‘아폴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핵심 인물이다. 그는 1968년 아폴로 8호의 사령선 조종사로 탑승해 인류 최초로 달 궤도를 비행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이는 당시 미국의 우주 과학기술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음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러블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결정적인 사건은 1970년 ‘아폴로 13호’ 임무였다. 그와 동료 비행사들은 달 착륙 임무 수행 중, 비행 3일째에 사령선 산소탱크가 폭발하면서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내려야 할 달에는 가지 못하고, 생명을 보전하는 것 자체가 과제가 된 상황에서 이들은 달 착륙선을 임시 대피소로 삼아 혹독한 환경 속에서 귀환에 성공했다. 이 실제 사건은 회고록으로 출간됐고, 1995년 영화 ‘아폴로 13’으로 제작돼 대중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사고 당시 지상 관제센터에 전한 “휴스턴, 문제가 생겼다”라는 말은 지금도 위기 대응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회자된다. 이 발언은 우주 개발 역사 속에서 기술적 실패를 인간의 판단과 협력으로 극복한 사례로서 오래도록 기억된다.

러블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우주인 최고 영예인 ‘우주인 명예 훈장’은 물론이고, 미국 대통령이 수여하는 ‘자유 훈장’을 수상했다. NASA는 이번 별세 소식과 함께 그의 리더십과 용기를 기리며, 실패를 지식과 교훈으로 바꿔낸 그의 유산에 경의를 표했다. 숀 더피 NASA 국장 대행은 성명에서 러블의 역할이 단지 한 차례 임무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우주개발 역사 전반에 거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우주 개발의 초창기, 기술적 불확실성과 위험이 컸던 시대에 러블 같은 인물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민간 우주 탐사와 유인 화성 탐사 계획 같은 미래 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있다. 그의 별세는 하나의 시대가 저문 것을 알리지만, 그의 경험과 정신은 후대 우주인들에게 오랫동안 영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