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배우 에마 톰슨이 199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전화로 데이트 신청을 받았다고 밝혀 이목을 끌고 있다. 해당 발언은 최근 열린 유럽 영화제 현장에서 알려지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톰슨은 지난 8월 6일 스위스 로카르노영화제에 참석해 27년 전 트럼프 대통령과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톰슨은 영화 '프라이머리 컬러스'를 촬영하던 중 예상치 못한 전화를 받았는데, 발신자는 다름 아닌 트럼프였다고 한다. 그는 톰슨에게 자신의 여러 집 중 하나에 머물며 저녁 식사를 함께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에마 톰슨은 이 전화를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밝혔지만, 그 상황을 회상하며 “당시 내가 트럼프와 데이트를 했더라면 미국의 역사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농담을 섞어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접근 방식에 대해선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가 직접 자신이 머물던 촬영지 숙소의 번호를 알아낸 사실에 ‘스토킹’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일화는 단순한 유명인 간의 해프닝 그 이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당시 이혼의 아픔을 겪고 있었는데, 톰슨은 전 남편이자 영화감독 케네스 브래나와 이별한 날 트럼프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역시 말라 메이플스와의 두 번째 결혼 생활을 마무리한 상태였다. 이에 대해 톰슨은 “트럼프가 이혼한 매력적인 여성을 찾고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녀가 촬영 중이던 영화 '프라이머리 컬러스'는 미국 정치권, 특히 클린턴 행정부 초기의 주변 인물과 스캔들을 모티브로 한 풍자성이 짙은 작품이었다. 이 영화에서 톰슨은 힐러리 클린턴을 모델로 한 주지사의 부인 역할을 맡아 힘 있는 여성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번 발언이 공개된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에마 톰슨은 공로상에 해당하는 레오파드클럽상을 수상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트릴로니 교수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그는 작품성과 사회적 발언 모두에서 폭넓은 영향력을 발휘해 온 배우로 평가받는다.
이번 일화는 개인적인 경험을 넘어서, 정치권과 문화계 간 경계가 모호해지던 시대상을 되새기게 한다. 동시에 유명 인사들의 평범하지 않은 관계 맺음을 통해, 당시 사회 분위기와 권력의 교차지점에 대한 흥미로운 단면을 보여준다. 이 같은 회고는 앞으로도 연예계와 정치 사이의 관계성이 어떻게 진화할지에 대한 하나의 단서를 제공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