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서 전설적인 이름으로 불렸던 제프리 카첸버그(Jeffrey Katzenberg)가 이제는 AI 기술에 베팅하는 벤처투자자로서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을 매각한 후, 그는 뉴 엔터프라이즈 어소시에이츠 출신 수제이 자스와(Sujay Jaswa)와 손을 잡고 2016년 WndrCo를 설립했다. 이 벤처홀딩스사는 현재 약 28억 달러(약 4조 원)의 운용자산을 기반으로 AI 중심의 스타트업을 육성하며 업계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WndrCo는 핵심 투자 테마로 '기업용 AI'를 잡고 있으며, 자사가 주도한 AI 포트폴리오에는 라이더AI, Cursor, Abridge, Writer, 햅틱 보안 솔루션 Aura, 협업툴 Airtable, 디자인 플랫폼 Figma 등이 포함된다. 특히 이 기업들은 나이키, 디즈니, 델타항공, NBA 같은 대형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기술력과 신뢰성을 입증했다.
제프리 카첸버그는 기술이 산업을 '진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혁신'시키는 힘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과거 영화 산업에서 CG와 애니메이션 기술이 콘텐츠 소비 방식을 바꿨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AI 도입 역시 단순한 자동화의 차원을 넘어 전면적인 전환을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가 모든 직업을 대체하는 대신, 역할을 재정의하며 더 나은 가치를 만들어낸다"며 긍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WndrCo의 AI 투자 전략은 단순한 모델 혁신보다는 '응용 계층'에 무게를 두고 있다. 즉, 대형 언어모델(LLM)을 자체 보유하기보다는 그 위에 활용 가능한 실전적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통해 실질적인 효용과 경제적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접근이다. 캐첸버그는 "앞으로도 인프라보다는 애플리케이션 계층에 100%의 가치가 집중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성공적인 AI 파일럿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는 WndrCo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HIPAA 및 GDPR을 고려한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갖춘 스타트업에 투자해 나중에 대형 계약으로 전환되는 구조를 만든다. 일부 포트폴리오 기업은 이미 3~5년짜리 장기 계약 수주에 성공하며, AI 도입의 신뢰성과 성과를 실증 중이다.
캐첸버그는 WndrCo의 경쟁력을 '신뢰'로 요약한다. 포춘 500대 기업들과의 관계망, 반복된 제품 성공 이력, 데이터 보안 및 안정성에 대한 민감성 등이 결합돼, 파트너사 입장에서도 기술 도입 문턱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공동 파트너 저스틴 웩슬러(Justin Wexler)는 “우리는 단순히 투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 내부에서 AI 도입 전략을 함께 설계하며 초기 성공사례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며, 단순한 기술 데모를 넘는 실질적 업무 적용이 딜 성패를 가른다고 강조했다.
Jeffrey Katzenberg는 기술 창업자에게 필요한 역량에 대해 “빠르고 복잡하게 진화하는 기술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통찰력과, 비즈니스 문제를 기술로 풀어내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핵심”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창업 과정에서 스토리텔링은 단순한 프리젠테이션 능력을 넘어 조직을 설득하고 동료를 끌어들이는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그가 실리콘밸리에서 주목한 것도 이 지점이었다.
WndrCo는 단순한 자본 투자와 경영 간섭을 넘어, 창업자와 함께 기업을 ‘만들어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미 8개 스타트업을 자체 인큐베이팅했으며, 총 매출 12억 5,000만 달러(약 1조 8,000억 원), 상각전이익(EBITDA)은 2억 5,000만 달러(약 3,600억 원)를 넘는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WndrCo의 철학은 명확하다. 기술 가치의 핵심은 ‘어디까지 가능한지’가 아니라, ‘어떻게 실현되는가’에 달려 있다. 이제 제프리 카첸버그는 더 이상 ‘영화계 거장’이 아니라, AI 혁신을 이끄는 실리콘밸리의 감독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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