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바투에프(Michael Batuev)에게 결제 산업에 끌린 계기를 묻자, 그는 '호기심'이라는 단어를 먼저 꺼냈다. 정확히는, 너무 잘 작동해서 아무도 의식하지 않는 시스템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인터넷을 처음 접했을 때, 전 세계의 정보가 내 컴퓨터 안에 있다는 사실이 주는 감각이 있었습니다. 결제 서비스도 같은 범주의 시스템입니다."
카드를 태그하거나 송금 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 이면에서는 은행과 매입사, 결제망, 규제기관이 얽힌 수천 개의 프로세스가 작동한다. 사용자는 그중 어느 것도 보지 못한다. 바투에프는 금융권에 발을 들이면서 결제가 가장 복잡한 금융 서비스 중 하나라는 사실을 빠르게 깨달았고, 이후 그의 관심은 '결제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서 '어떻게 하면 더 편리해질 수 있는가'로 옮겨갔다. 그 질문이 그의 커리어 대부분을 규정했다.
지금 그는 온체인 금융 인프라 기업 위파이(WeFi)의 글로벌 결제 총괄로, 같은 질문을 블록체인 위에서 다시 던지고 있다.
극동에서 알파뱅크, 그리고 비자까지
바투에프는 러시아 극동에서 자랐다. 역사적으로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놓인 지역이다. 그는 그곳에서 이미 국가마다 경제와 금융 시스템의 구조가 얼마나 다른지를 체감했다고 말한다.
이후 은행권에서의 경험은 기술을 도구가 아니라 산업 자체를 바꾸는 수단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가 몸담았던 알파뱅크(Alfa-Bank)에는 기존 프로세스를 다듬기보다 새로운 모델을 계속 찾아 나서는 문화가 있었다.
비자(Visa)에서의 시간은 또 다른 관점을 열어줬다. 매일 수십억 명이 신뢰하는 글로벌 인프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안쪽에서 들여다본 경험이다.
"그곳에서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얼마나 복잡한지, 그리고 안정성과 확장성, 보안이 얼마나 결정적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그는 이 세 단계의 결합이 자신의 관점을 형성했다고 말한다. 혁신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기존 금융 시스템이 왜 지금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졌는지를 동시에 이해하는 시각이다.
비자 내부에서 본 전환의 신호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비자 러시아의 전략 중심에는 비접촉 결제, 모바일 결제 확산, 실시간 이체가 있었다. 바투에프는 그 변화의 한복판에 있었고, 해당 시장에서의 성공을 다른 거시 지역으로 확장하는 것이 다음 단계였다.
같은 시기 블록체인이 부상했다. 초기에는 많은 이들이 이를 대안 금융 시스템으로만 바라봤고, 암호화폐의 리스크를 둘러싼 회의론도 당연히 존재했다. 바투에프는 이런 국면이 역사적으로 반복돼 왔다고 본다. 금속 화폐에서 지폐로 넘어가던 전환기처럼.
"블록체인의 핵심 강점은 기존 결제망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화폐와 새로운 자산 소유 모델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는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 전통적인 은행 계좌에서 해외 은행 계좌로 대규모 자금을 옮기려면, 필수적인 컴플라이언스 절차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같은 금액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시키는 것과는 조건이 다르지만, 운영 비용이 실질적으로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결론은 이랬다. 결제의 다음 장(章)은 기존 인프라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세워지며, 양쪽의 장점을 결합하는 형태가 되리라는 것.
탕겜에서 얻은 확신 — "선택하게 만들지 말 것"
비자를 떠나 그가 먼저 향한 곳은 탕겜(Tangem)이었다. 하드웨어 셀프커스터디 지갑과 익숙한 은행 카드의 결제 경험을 결합하려 한 초기 시도 중 하나다.
이 경험은 그에게 하나의 명확한 사실을 알려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암호화폐와 전통 금융 중 하나를 선택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기 자산을 은행 카드처럼 쉽게 쓰고 싶을 뿐입니다."
여기서 그의 확신이 굳어졌다. 미래는 사용자에게 복잡한 크립토 기술을 학습시키는 데 있지 않다. 사용자 경험에서 기술이 사실상 사라지게 만드는 데 있다.
한 번의 사건이 그를 위파이로 이끈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오늘날 가장 흥미로운 혁신이 블록체인 같은 신기술로 더 빠르게 실험할 수 있는 신생 기업에서 나온다는 인식이 점차 쌓인 결과였다. 세계 최대 결제 네트워크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뒤, 그는 사람들이 돈과 관계 맺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새로 설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탕겜이 먼저였고, 그다음이 위파이였다.
디오뱅크란 무엇인가
'디오뱅크(Deobank)'라는 낯선 단어를 그는 아주 단순하게 설명한다.
"오늘날 은행은 당신의 돈을 보관합니다. 디오뱅크는 당신이 디지털 자산을 직접 보유하면서도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완전한 참여자로 남을 수 있게 합니다."
비자 카드, 은행 계좌, 국제 송금 같은 익숙한 서비스는 그대로 쓰면서, 자산에 대한 통제권은 사용자가 갖는다. 그는 이를 소유 모델의 근본적인 전환이라고 표현한다. 하나의 계좌, 하나의 잔액으로 국경 없이 — 암호화폐로 쓰든 법정화폐로 쓰든, 도시 안에서든 대륙을 넘어서든 매끄럽게 작동하는 것이 위파이가 지향하는 그림이다.
국경 간 결제의 가장 큰 문제로 그는 '중개자'를 지목했다. 거쳐야 하는 기관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비용은 올라가고 속도는 느려지며 투명성은 떨어진다. 스테이블코인은 처음으로 가치를 인터넷에서 데이터가 이동하는 속도에 가깝게 옮길 수 있게 만들었다. 위파이의 목표는 이 새로운 인프라를 기존 금융 시스템에 연결하는 것이지,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금융 주권'이라는 추상적인 표현에 대해서도 그는 지상으로 끌어내렸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금융 주권은 철학이 아닙니다. 내 돈이 정말 내 것이라는 확신입니다."
여행하고, 원격으로 일하고, 한 나라에서 벌어 다른 나라에서 살고, 여러 개의 은행 계좌를 열지 않고도 전 세계에서 결제할 수 있는 능력. 그는 사용자가 오늘날 이메일을 다루듯 자연스럽게 자금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비자와의 협업 — 경쟁이 아니라 결합
위파이는 최근 사용자가 스테이블코인 잔액을 비자 가맹점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협업을 발표했다. 비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그에게 이 파트너십은 직업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저는 비자에서 여러 해를 일했고, 보안과 안정성, 사용자 경험 품질에 요구되는 기준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전통 결제 인프라와 새로운 디지털 금융 시스템 사이에 다리를 놓고 있습니다."
비자와 탈중앙 금융을 경쟁 관계로 보는 시각에 대해 그는 단호했다.
"저는 둘을 경쟁자로 보지 않습니다. 비자는 결제 승인과 수납에서 세계 최고의 시스템이고, 블록체인은 디지털 가치를 저장하고 이전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입니다. 미래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것입니다."
남은 과제는 기술이 아니라 경험
스테이블코인 결제는 흔히 크립토의 '킬러 앱'으로 불린다. 커피 한 잔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아무 생각 없이 결제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지 묻자, 그는 문제의 위치를 옮겼다.
"핵심 과제는 오래전에 기술이 아니게 됐습니다. 지금의 과제는 사용자 경험입니다."
커피값을 낼 때 유동성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블록체인이 쓰이는지, 환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사용자가 생각할 필요는 없어야 한다. 위파이가 '온체인 뱅크 어카운트' 개념을 기반으로 인프라를 설계하며 가장 먼저 붙잡고 있는 지점이다. 익숙한 서비스를 새로운 층위의 인프라 위에서, 여행자부터 시간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는 프리미엄 뱅킹 고객까지 다양한 세그먼트에 전 세계적으로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셀프커스터디 역시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통제권을 주지만 다루기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은 암호학 전문가가 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위파이는 콜드월렛 저장까지 포함하는 여러 단계의 개인키 보안 체계를 두면서, 동시에 자금이 일상 결제에 바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데 무게를 둔다. POS와 이커머스에서의 일반 카드 결제, 애플페이·구글페이 같은 모바일 결제가 평범한 결제만큼 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투에프는 이를 "오늘의 일상 소비를 라이프스타일로, 내일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규제는 얻을 수 있지만, 신뢰는 매일 얻어야 한다
위파이의 확장은 지역별 인허가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규제 명확성과 사용자 신뢰 중 무엇이 더 얻기 어렵냐는 질문에, 그는 한 문장으로 답했다.
"규제 승인은 획득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신뢰는 매일 벌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위파이는 라이선스를 보유한 금융기관, 비자, 전자화폐기관(EMI), 카드 서비스 제공사와 제조사 등 전 세계 파트너들과 협력하며, 이들을 디오뱅킹 프레임워크 안에 묶어 운영 효율과 고객 접근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아시아, 그리고 한국
위파이는 아시아·태평양을 우선 지역으로 지목했다. 바투에프는 아시아를 오랫동안 금융 혁신의 글로벌 실험장이었다고 평가한다. 여러 면에서 이미 다른 지역을 크게 앞질렀다는 것이다.
"이곳 사용자들은 새로운 결제 수단을 훨씬 빠르게 받아들이고, 시장 자체가 매우 다양합니다."
일본과 한국, 베트남에 하나의 전략을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다. 다만 상당수 사용자가 공유하는 지점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국제 결제 수단을 쓰고, 최상급 서비스와 프리미엄 혜택에 접근하고 싶어 한다는 것. 해외 출장과 여행이 잦은 이들에게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요다.
한국에 대한 평가는 분명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성숙한 암호화폐 시장 중 하나입니다. 동시에 사용자들이 매우 높은 제품 품질을 기대하는 시장입니다. '설익은' 기술로는 출시할 수 없는 곳입니다."
그는 바로 그 높은 디지털 성숙도 때문에 한국의 잠재력이 크다고 봤다.
파편화된 세계에서 살아본 사람
그에게 이 문제는 어느 시점부터 개인적인 것이 됐다.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일하고 살아본 경험이 쌓일수록, 현대 금융 시스템이 얼마나 파편화돼 있는지가 선명해졌다.
"디지털 시대라면 돈도 정보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모든 국가와 은행, 결제 시스템이 각자의 규칙으로 작동합니다."
자기 계좌 사이의 송금, 구독 결제, 해외에서의 카드 사용처럼 단순해야 할 거래가 예상치 못한 난관이 되는 이유다. 여러 관할권에 걸쳐 일할수록 이 문제는 더 뚜렷해진다. 한 나라에서 소득을 얻고, 다른 나라에서 살고, 제3국에서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고, 전 세계 디지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해진 시대에도 금융 도구는 여전히 국경에 묶여 있다.
"사람들의 삶은 글로벌한데 금융 인프라는 로컬에 머물러 있습니다. 저는 이 간극이 이 산업의 핵심 과제라고 봅니다."
그가 디오뱅킹을 커리어의 다음 단계 이상으로 여기는 이유다.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방식을 반영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
비자를 떠나는 결정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그는 늘 안정성만이 아니라 기술적 도약의 기회가 어디에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왔다고 말한다. 금융의 역사에서 가장 큰 변화는 기존 모델을 다듬을 때가 아니라 새로운 모델이 등장할 때 일어났다. 비자에서 디지털 지갑과 토큰화, 새로운 인증 방식, 실시간 결제에 이르기까지 현대 카드 산업의 진화 단계를 거의 전부 지켜본 그에게, 블록체인이라는 또 다른 인프라의 부상은 방관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가까운 이들은 당연한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커리어를 두고 왜 아직 불확실해 보이는 분야로 가느냐고. 다만 그들 역시 그가 큰 회사의 이름보다 시장을 바꿀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기회에 움직여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여행 중에도 결제를 관찰하는 사람
일 밖에서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이랬다. 여행을 가서도 그 나라의 결제 시스템을 계속 관찰한다는 것. 사람들이 상점에서 어떻게 결제하는지, 어떤 수단을 선호하는지, QR 결제와 디지털 지갑, 카드가 얼마나 퍼져 있는지를 본다. 그에게는 업무를 넘어선 직업적 호기심이다.
또 하나 그를 사로잡은 영역은 인공지능이다. 그는 AI가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방식보다, AI가 인간과 금융 상품 사이의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되어가는 과정에 더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상당수의 일상적인 뱅킹 작업이 모바일 앱이 아니라 지능형 디지털 어시스턴트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가족. 국제적인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은 잦은 출장과 미팅을 의미하기에, 그는 남는 시간을 가족과 보내려 의식적으로 노력한다고 했다. 균형을 잡아주는 동시에, 기술이 기술 자체를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을 더 단순하고 편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존재라는 것이다.
크립토에 관심 없는 친구나 가족에게 자기 일을 설명할 때, 그는 블록체인이나 토큰, 탈중앙화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국제 송금, 해외에서의 구매, 저축 보관, 여행 중 자금 접근 같은 일상의 장면에서 시작한다.
"기술이 긴 설명을 필요로 한다면, 그것은 아직 대중 시장에 충분히 친화적이지 않다는 뜻입니다."
3년 뒤, 성공의 기준
3년 뒤 위파이가 무엇을 바꿔놓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그는 '디오뱅킹을 쓴다'는 개념 자체가 평범한 것이 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사용자는 자기 돈을 움직이는 기술을 생각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중요한 건 결과다. 즉시 자금에 접근하고, 안전하게 보관하고, 전 세계에서 결제하고,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 사이를 불필요한 절차 없이 오가는 것.
오늘날 사람들은 은행 계좌와 크립토 지갑, 투자 앱, 결제 카드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그는 이 기능들이 점차 하나의 생태계로 병합되고, 그 안에서 사용자가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면서도 익숙한 수준의 편의성과 보안, 글로벌 접근성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본다.
개인적인 성공의 척도는 사용자 수나 결제 규모가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물론 중요한 비즈니스 지표이지만, 진짜 기준은 다른 데 있다.
"사람들이 금융 인프라 자체를 의식하지 않게 될 때가 진짜 성공입니다. 국경도, 통화도, 복잡한 금융 절차도 걱정하지 않고 세계 어디서나 살고 일하고 여행하며 자금을 관리할 수 있다면, 우리는 기술을 정말로 보이지 않게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제 생각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모든 인프라가 도달할 수 있는 성숙의 궁극적인 표시입니다."
아무도 의식하지 않는 시스템에 매혹돼 결제 산업에 들어선 사람이, 20년 뒤 스스로의 성공을 아무도 의식하지 않는 상태로 정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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