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산업이 또 한 번 정치의 칼날에 직면했다. 미국 하원이 통과시킨 세제 개편안이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에너지* 확대 기조에 정면으로 반하면서, 태양광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이번 법안은 태양광 및 풍력 프로젝트에 대한 세액공제 중단 시점을 앞당기고, 공제 혜택을 받기 위한 건설 요건을 까다롭게 만들어 사실상 업계 전체에 충격을 안겼다는 평가다.
2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선런(RUN)은 하루 만에 38% 넘게 급락했고, 엔페이즈 에너지(ENPH)는 19% 하락하며 S&P500 지수 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넥스트에라 에너지(NEE)와 퍼스트 솔라(FSLR)도 각각 9%, 4%가량 주가가 빠졌다. 투자은행 제퍼리스는 이번 법안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정면으로 타격한 *해머블로*”라고 지칭하며, 해당 세제 혜택을 활용해온 기업들의 회계 전략이 무력화될 것이라 진단했다.
문제의 법안은 태양광 및 풍력 설비에 대한 연방 세액공제를 2029년 종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 계획보다 몇 년 앞당겨진 것이다. 특히 법안 발표 후 60일 안에 프로젝트 착공을 완료해야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인프라 건설 특성상 현실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선런은 이번 법안에 포함된 수정 조항으로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 고객에게 주택용 태양광 장비를 임대하는 사업 모델을 가진 기업은 주요 세액공제 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으로 알려지며, 투자 심리가 급속히 위축됐다.
이제 법안은 상원으로 넘어가게 되며, 향후 수정을 거칠 가능성도 있다. 제퍼리스는 상원이 이번 법안의 ‘우려국 기업 제재 조항(FEOC)’과 세액공제 단계적 폐지 시점 등에 집중해 조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퍼스트 솔라처럼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친미 우대 조항 덕에 상대적으로 선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향후 몇 주간 상원 논의가 계속되는 동안, 태양광 업계 전체는 불확실성 속에서 방향을 잃은 채 둥둥 떠다닐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하원 법안이 야당이 주도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친화석탄·반그린 에너지’ 기조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오는 대선 결과에 따라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