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율 100년 만에 최고… 트럼프發 무역 충격 현실화

| 김민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수입 관세 정책으로 미국의 전체 평균 관세율이 1910년 이후 10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Yale Budget Lab)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조치들을 반영한 결과, 미국의 전반적인 수입 품목에 대한 실효세율은 무려 20.6%까지 치솟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멕시코에 대해 30%, 캐나다에 35%, 구리 제품에는 50%의 고율 관세를 예고하며 수입품 대상 관세 정책을 대폭 확대했다. 이와 같은 연이은 조치로 인해 사실상 거의 모든 주요 수입품이 관세의 영향권에 들어간 셈이다. 이미 시행 중이던 자동차·철강 관련 관세에 더해, 이번 조치로 미국의 무역 정책은 다시금 강경 노선으로 선회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관세 인상이 단순히 수입업체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직접적으로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다. 예일대 분석에 따르면 이번 관세 조치로 인해 미국 내 일반 가구는 2025년 한 해 동안 약 2,800달러(약 403만 2,000원)의 추가 비용 부담을 지게 될 전망이다. 이는 기업이 부담한 세금이 가격 인상으로 전가되며 소비자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공식 소비자물가지수(CPI)에는 이러한 관세 인상의 영향이 전면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지만, 곧 발표될 6월 CPI 수치에는 그 영향이 일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시장은 미 노동부 통계청의 발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재편’ 기조와 자국 산업 보호라는 정치적 의도가 짙게 배어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고율 관세가 외교적 갈등을 자극하고 글로벌 공급망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위험 요소라는 점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역사상 관세가 이처럼 높았던 마지막 시기였던 1910년은 미국의 평균 기대수명이 불과 50세였고, 가장 흔한 직업이 농장 노동자였으며, 자동차 보급률이 인구 천 명당 다섯 대에 불과하던 시대였다. 그로부터 한 세기가 흐른 지금, 현대 경제의 복잡성과 글로벌화된 무역 구조 속에서 고율 관세가 어떤 장기적 파장을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