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R&D 대수술’ 예고… PBS 폐지 본격 추진

|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대통령실 과학기술연구비서관으로 이주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책임연구원을 내정하면서, 향후 국가 연구개발(R&D) 제도에 강도 높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 신임 비서관 내정자는 오랜 연구 현장 경험과 함께 정치권 안팎에서 과학기술 정책 설계에 깊숙이 관여해 온 인물이다.

이주한 내정자는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성종합기술원을 거쳐 2004년부터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 몸담았으며, 정책연구부장, 성과확산부장, 대형연구시설기획연구단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특히 오창 방사광가속기 사업의 기획을 총괄하며 대형 과학 인프라 조성에 깊이 관여한 바 있다.

그는 정권 출범과 함께 민주당 과학기술혁신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며 이재명 정부의 과학기술 공약 설계에 직접 참여했고, 국정기획위원회에서 핵심 R&D 제도 개편에도 목소리를 냈다. 연구과제중심제도(PBS) 폐지를 주장하며 새로운 R&D 시스템 마련을 촉구해 왔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만든 ‘진짜 R&D 만들기 위원회’에도 참여하는 등 제도 전면 개편 드라이브의 중심에 서 왔다.

이 내정자는 특히 기존 PBS 제도를 강하게 비판해 왔으며, 과기정통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를 향해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PBS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연구자들이 과제를 외부 수주로 확보하고 평가받는 방식인데, 그는 이로 인해 연구의 자율성과 지속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에 “새로운 PBS를 구상하는 건 정권에 대한 도전”이라며 전면적인 폐지를 주장했다.

또한 그는 대형 연구개발 사업의 필요성과 적정성에 대해서도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중이온가속기, 오창 방사광가속기, 포항 EUV, 경주 양성자가속기 등 정부 주도 사업의 재검토를 요구하며 “예산 누수나 부실 추진 가능성이 높은 사업들에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R&D 투자 전체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이재명 정부가 과학기술 분야에서 추진할 개혁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연구자 중심의 정책 수립과 예산 구조 개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련 부처 및 출연연과의 마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정책이 제대로 뿌리내릴 경우,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