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핀테크·암호화폐 업계, 트럼프에 '계좌 접근 수수료' 제재 요청…오픈 뱅킹 뒤집히나

| 서지우 기자

미국 주요 암호화폐 및 핀테크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형 은행들이 고객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과도한 요금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제재할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해당 수수료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혁신을 저해한다고 우려했다.

지난 수요일 전달된 서한에는 제미니(Gemini), 로빈후드(Robinhood), 크립토 이노베이션 위원회(Crypto Council for Innovation), 블록체인협회(Blockchain Association)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은행들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른바 '계좌 접근 수수료'라는 새로운 장벽을 통해 소비자가 더 나은 금융 서비스와 연결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수수료 도입은 암호화폐, 인공지능, 디지털 결제 산업 전반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담겼다.

이 사안은 지난 2023년 10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소비자 금융보호국(CFPB)이 발표한 ‘오픈 뱅킹 규제’와 직결된다. 당시 이 규제는 고객이 핀테크 기업과 은행 데이터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별도의 수수료를 없애는 방향으로 도입됐다. 암호화폐 업계는 해당 조치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은행업계는 강하게 반발하며 규제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초기에는 트럼프 대통령도 은행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7월 말, 제미니 공동 창업자 타일러 윙클보스(Tyler Winklevoss)가 JP모건이 제미니와의 거래를 차단했다는 주장을 비롯해 암호화폐 로비의 조직적인 압박이 이어지면서 결국 입장을 선회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해당 규제를 유지하되, 새로운 규제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법원에 전달한 상태다.

업계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사용자 계정을 연결할 때 은행 데이터를 활용해 입출금을 효율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 접근 수수료는 거래소 운영의 ‘생명선’을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서한을 통해 “지금 추진되는 요금 구조가 도입된다면 혁신적인 서비스가 붕괴되거나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선언한 친 암호화폐 정책 기조에도 역행하는 조치라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임기에서 디지털 자산을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공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이번 사안을 계기로 오픈 뱅킹 규제의 유지와 확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