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암호화폐 업계가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비수탁형(non-custodial)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촉구하고 나섰다. 112개 기업과 투자사, 업계 단체로 구성된 연합은 현지시간 10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와 농업위원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공식 전달했다.
연합 측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비수탁형 서비스 제공자를 중개인(intermediary)으로 잘못 분류해서는 안 된다”며 “현재 논의 중인 시장 구조 입법에 이러한 보호 조항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업계는 해당 법안을 지지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일부 구시대적 규제가 암호화폐 개발자나 인프라 제공자들에게 과도하게 적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발언이다.
이번 서한에는 코인베이스($COIN), 크라켄, 리플(XRP), 안드리센 호로위츠(a16z), 유니스왑랩스(Uniswap Labs) 등 굵직한 암호화폐 기업들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블록체인 협회(Blockchain Association), 디지털상공회의소(Digital Chamber)를 포함한 주요 로비 단체들도 연합에 힘을 보탰다.
업계는 시장 구조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해당 법이 과잉 규제로 이어질 경우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비수탁형 서비스 제공자들은 사용자 자산을 직접 보유하거나 통제하지 않기 때문에, 전통적 금융사의 중개인과 동일선상에서 법적 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반복해서 강조해온 것처럼, 미국의 암호화폐 법제화 논의는 기술의 특수성과 자율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미국 정치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친암호화폐 행보를 보이며 새로운 규제 접근법이 힘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디지털 자산 생태계가 제도권 내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개발자와 인프라 제공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입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서한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