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6년도 국가 예산안에서 연구개발(R&D) 부문에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며,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첨단산업 육성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건다.
기획재정부는 8월 29일 발표한 2026년도 예산안에서 내년도 R&D 예산을 총 35조4천억 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보다 5조7천억 원(19.3%) 늘어난 수치로, 단일 연도 기준으로 가장 큰 폭의 증가다. 정부는 이 예산을 통해 첨단 산업의 핵심 기술 개발, 민간 수요에 대응하는 기술의 사업화, 연구 인력 양성 및 유치, 기초연구 기반 확충 등 크게 네 가지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핵심 투자 분야는 ‘A·B·C·D·E·F’로 명명된 여섯 개 첨단산업이다. 인공지능(A), 바이오(B), 콘텐츠(C), 방위산업(D), 에너지(E), 제조업(F)을 뜻하며, 이들 분야에만 총 10조6천억 원이 투입된다. 올해보다 2조6천억 원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인공지능 분야는 물리적 AI 구현을 위한 선도 프로젝트와 디바이스 탑재용 AI 기술 개발 등에서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며, 예산도 올해의 두 배인 2조2천억 원으로 늘어난다. 바이오 분야에는 빅데이터 활용, 항체 개발 등 기술 고도화에 1조6천억 원, 방산 분야에는 보라매(KF-21) 전투기 부품 국산화 등에 3조7천억 원이 투입된다.
기술이 시장으로 연결되는 ‘기술사업화’ 역시 중점 영역이다. 정부는 민간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의 예산을 6천412억 원에서 1조1천64억 원으로 늘려 지원 기업 수도 846개에서 1천240개로 확대한다. 또 매출 기반이 아닌 프로젝트 수행 가능성을 평가해 대출을 지원하는 R&D 사업화 보증에는 3천억 원이 새롭게 투입된다. 이는 창업 초기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을 낮추고 기술이 직접 시장성과 연결될 수 있도록 기반을 닦는 조치로 풀이된다.
한편 첨단 인재 확보를 위한 투자도 대폭 확대된다. 정부는 인재 양성과 유치, 유출 방지 등 3가지 전략 과제로 구성된 프로젝트에 1조4천386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대학 및 산업 현장의 연계를 통한 산학공동연구 강화, 해외 석학 유치, 박사급 연구 인력 대상 장학금 신설 등이 구체적인 방안이다. 특히 해외 인재 유치 목표는 내년에만 640명, 오는 5년간 총 2천명이다.
기초연구 생태계 역시 개편 대상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존 과제중심 제도(PBS)는 폐지하고, 대형 융합형 연구 시스템(ISD·기관전략개발단)으로 전환된다. 이에 기존 2~3억 원 규모의 중소 과제 1천800여 개는 100개 안팎의 대형 과제로 선별·집중하여 추진된다. 또 지역이나 경력 초년 연구자를 위한 ‘풀뿌리 소액 연구’ 2천개가 신설되며, 총 2조2천657억 원이 기초연구에 배정된다.
이 같은 변화는 단기 성과 위주의 연구 관행을 벗어나 기초부터 응용,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연구개발 전주기를 체계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다. 특히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국이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민간 기술 활용도를 끌어올리는 기반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향후 이 흐름은 국가차원의 기술 정책 재편과 산업 구조 전반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