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규제 방식을 놓고 대전환에 나섰다. SEC의 신임 위원장 폴 앳킨스(Paul Atkins)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존의 ‘강제 집행 우선’ 규제 기조에서 벗어나 보다 예측 가능하고 절차 중심의 접근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 기조는 게리 갠슬러(Gary Gensler) 전 위원장 시절 강경한 법 집행 중심의 정책과는 정면으로 대비된다.
앳킨스 위원장은 앞으로 미국 내 암호화폐 기업들이 법 위반 여부에 대해 사전 통지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 기술적 위반을 이유로 갑작스러운 법적 조치가 이뤄지던 과거와 달리, 사전 고지와 수개월간의 사후 대응 기간을 제공하는 형태로 규제 절차가 정비될 예정이다. 그는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불시에 단속하는 방식은 끝났다”며, “기술적 위반이라면 먼저 고지하고 충분한 대응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갠슬러 전 위원장 재임 당시 SEC는 리플랩스(Ripple Labs)를 시작으로, 테라폼랩스(Terraform Labs), 바이낸스(Binance), 코인베이스(Coinbase), 크라켄(Kraken) 등 업계 주요 기업들을 상대로 집행조치에 나섰다. 해당 소송들은 업계에 수천억 원 규모의 법률 비용 손실을 초래하며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앳킨스 위원장은 그간 SEC가 취해 온 법 집행들이 “사례에 기반하지 않았고 예측 가능성도 결여돼 있었다”며 이러한 접근 방식에 대한 업계 반발이 정당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먼저 총을 쏘고 사후에 질문을 하는 방식”이었다고 꼬집으며, 최소 6개월의 유예 기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번 정책 전환은 암호화폐를 비롯한 디지털 자산 산업에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앳킨스는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증권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며, 기존 주식·채권을 토큰화한 상품들도 동일한 법적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관점은 암호화폐 생태계 내에서 ‘디지털 자산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논쟁의 방향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오는 미국 대선을 전후해 암호화폐 정책의 대전환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로도 읽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연결된 암호화폐 관련 뉴스에서 크립토 시장 참여자들의 손실이 집중 조명된 만큼, 앞으로의 정책 변화는 시장 심리에 더욱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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