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개인정보 보호, 20개국 공동선언…서울서 '데이터 규범' 논의

| 연합뉴스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를 계기로, 세계 각국 개인정보 감독기구들이 인공지능(AI) 혁신과 개인정보 보호 간 균형을 모색하는 공동 선언문을 마련했다. 이번 선언은 총 20개국이 참여했으며, 국제 사회의 데이터 정책 협력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025년 9월 17일, 고학수 위원장 주재 하에 열린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에서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 뉴질랜드, 홍콩 등 다양한 국가 개인정보 감독기구 대표들이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 선언은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개인정보 보호 원칙이 어떻게 재정립돼야 하는지를 고민한 결과물이다. 특히 국제 데이터 거버넌스(데이터 통제와 협력 체계) 구축에 있어 감독기구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선언문에는 네 가지 핵심 원칙이 담겼다. 첫째, AI 기술의 활용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법적으로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지를 다각적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둘째, AI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 요소에 대해 과학적 근거와 비례성 원칙에 따라 대응하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셋째는 개인정보 중심 설계(Privacy by Design)를 통한 내부 관리체계 강화, 넷째는 각국 개인정보 감독기구가 AI 시대의 기술 혁신을 주도하며 국제 공조를 확대하는 방안이 명시됐다.

이번 선언은 올해 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AI 액션 서밋에서 프랑스, 영국, 아일랜드, 호주 등 5개국이 먼저 제안했던 초안을 기반으로 한다. 당시에는 5개국이 참여했지만, 이번 서울 회의를 통해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15개국이 추가로 참여함으로써 총 20개국으로 확대됐다. 그만큼 AI와 데이터 문제에 대한 글로벌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국가 간 협력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번 총회를 주최한 GPA(Global Privacy Assembly)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감독기구 협의체다. 서울 회의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 일본, 프랑스, 독일 등 95개국에서 148개 기관이 참여해 약 1천여 명이 참석했다. 이는 단일 행사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로, 개인정보 보호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방증한다.

앞으로 AI 기술이 사회 전반에 더욱 깊숙이 통합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개인정보 보호와 기술 혁신 사이의 균형은 주요 글로벌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공동 선언이 국제 규범 형성과 데이터 통제 전략 수립에 영향을 미치며, 각국이 협력하는 기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