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H-1B 수수료 10만 달러 인상… IT 업계 '비자 긴급경보'

|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전문직 비자 수수료를 크게 인상하기로 하면서, 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비자 소지자들의 혼란과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주요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해외여행을 즉시 중단하고 미국에 머무를 것을 지시하며 대응에 나섰다.

지난 9월 19일, 미국 행정부는 H-1B 비자 신규 신청자에게 부과되는 수수료를 1인당 10만 달러(약 1억 4천만 원)로 대폭 인상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H-1B 비자는 미국 내에서 고급 기술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전문직 비자다. 이 규제는 기존 비자 소지자가 아닌 신규 신청자에게만 적용되지만, 제도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이 기업과 임직원 사이에서 큰 혼란을 낳고 있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대형 IT 기업들은 소속 비자 소지자들에게 해외 출장을 즉시 취소하고, 가능한 한 빨리 미국 내로 복귀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당분간 미국을 떠나지 말 것을 권고했고, 백악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입국 과정에서 혼선이 있을 가능성을 경고했다. 아마존은 H-1B 비자 외에도 해당 비자 소지자의 가족에게 발급되는 H-4 비자 소지자에게도 동일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당장 출국을 앞두고 있던 비자 소지자들 또한 계획을 급히 조정하고 있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를 준비하던 한 엔지니어는 이미 이사를 완료한 상태에서 회사 측 변호사의 권고로 귀국을 유보하게 됐고, 구글의 한 직원은 일본 가족 방문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갑작스러운 규정 변경으로 인해 개별 이민자들의 생활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H-1B 비자는 미국 내 첨단 기술 인력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인 제도로, 그 수혜 기업은 주로 대규모 기술 기업들이다. 미국 이민국(USCIS)에 따르면 2025 회계연도 기준으로 가장 많은 H-1B 비자를 할당받은 기업은 아마존으로, 계열사까지 포함해 총 1만 4천 명에 달한다. 뒤를 이어 타타 컨설팅(5천505명), 마이크로소프트(5천198명), 메타(5천123명), 애플(4천202명), 구글(4천181명) 등이 있다.

이번 수수료 인상 조치는 미국 내 이민제도를 재편하려는 정책기조의 일부로 해석된다. 고액의 수수료를 통해 외국 인재 유입을 제한하려는 의도로 보이며, 이는 미국 내 일자리 보호를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비자 제도의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미국에 기술 인력을 공급해온 글로벌 인재들의 유입이 둔화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 기술 산업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대선을 앞두고 이민정책이 정치 쟁점화되는 과정에서 더욱 강화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기업의 인력 전략 변화와 글로벌 IT업계 전반의 이동성에도 여파를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