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헤마타이트 공법', 국가핵심기술 지정…기술 안보 전략 강화

| 연합뉴스

정부가 고려아연의 고순도 아연 제련 기술을 포함한 총 3건의 첨단 산업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새롭게 지정했다. 이는 해당 기술들이 해외로 유출되면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월 2일부터 개정된 ‘국가핵심기술 지정 등에 관한 고시’를 시행한다고 1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으로 금속, 전기전자, 우주 등 3개 분야의 총 3건 기술이 새롭게 지정됐으며, 이 중에는 고려아연이 개발한 헤마타이트 공법 기술도 포함됐다. 이 기술은 아연 원광석(정광)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고순도 아연을 추출하는 공정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적고 환경 오염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헤마타이트 공법 기술은 특히 기존 습식 제련 방식에서 발생하던 환경 문제와 처리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정부는 해당 기술이 상업성과 기술력 측면 모두 우수하며, 기술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체적인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제 안보상 중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함께 지정된 기술로는 초고용량 밀도의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제조 기술과, 1미터 이하 해상도를 가진 합성개구레이더(SAR) 탑재체 제작 및 신호처리 기술이 있다. MLCC는 반도체·전자기기의 심장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으로, 일본 등 일부 국가에 기술력이 집중돼 있어 해외 기술 유출 시 국내 산업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SAR 탑재 기술의 경우 국방·우주산업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술로 분류된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해당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외국 자본의 인수나 기술 수출 시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이 제도는 2009년 국가 안보 및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됐으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총 12개 분야에서 약 80여 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 이번 지정을 추진한 고려아연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대주주 영풍과의 지배권 분쟁 속에서 자사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보호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지난해 이차전지 소재 관련 기술을 이미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받은 데 이어, 이번 추가 지정은 경영권 방어에 있어 우호적인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정책은 기술 유출을 방지하고 국내 핵심 산업의 자립 기반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술 안보를 국방과 동등한 수준으로 다루며 산업 보호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