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요청한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 문제를 두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안보 위협 가능성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이 사안이 국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구글코리아 관계자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러 우려를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문제가 된 지도는 우리나라 국토 전반을 보여주는 축척 1대5천 수준의 고정밀 디지털 지도다. 이 지도에는 지형, 도로, 건물 등의 상세한 정보가 포함돼 있으며, 일부 군사 보안시설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출 여부가 민감한 의제로 떠올랐다. 구글은 이 데이터를 활용해 지도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과 안보당국은 군사적 악용 가능성을 강하게 경계하고 있다.
이날 열린 국방부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정밀지도가 위성영상, 소셜미디어 정보, 교통·물류 데이터 등과 결합될 경우 테러나 군사적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또한 과거 구글이 독도를 일본식 표현인 ‘다케시마’로 표기한 사례를 언급하며, 데이터 통제권 자체가 주권에 해당하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방위원장도 구글의 지도 서비스가 독도와 동해 표기 문제에서 우리 외교 정책과 충돌해 온 점을 들어, 구글 본사에 한국 내 우려를 명확히 전달하라고 강하게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황성혜 구글코리아 대외협력정책 부사장은 한국의 분단 상황을 인식하고 있으며, 정부 요청에 따라 민감한 보안 시설을 가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또, 잘못된 정보는 수 시간 내 수정하고 있으며 정부와 협조할 의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아직 명확한 허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안보상 위해 요소가 없다는 것이 입증돼야만 국외 반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며,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관련 8개 부처 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런 지도 반출은 한 부처의 판단만으로 결정될 수 없고, 안보와 외교, 정보 분야까지 다각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정보주권과 국가안보, 외교 전략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안이다. 향후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따라 구글과 한국 정부의 관계, 나아가 글로벌 IT 기업과 각국 정부가 데이터 주권을 놓고 벌이는 갈등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은 지정학적 긴장과 군사 분계선이 공존하는 특수한 환경에 놓여 있어, 이 같은 문제가 앞으로 더욱 자주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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