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유럽연합(EU)이 제안한 새로운 철강 수입 규제안에 대응하기 위해 고위 통상 외교를 본격화했다.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10월 14일부터 15일(현지시간)까지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EU 집행위원회 핵심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 철강 쿼터 문제의 외교 해법을 모색 중이다.
이번 방문에서는 EU 집행위원장 경제자문관을 포함해 통상총국, 성장총국, 경쟁총국 소속 부총국장들과 면담이 이루어진다. 박 차관보는 이 자리에서 한국이 EU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자 철강 과잉공급 해소를 위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임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규제안이 오히려 글로벌 통상 환경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할 예정이다.
문제가 된 EU의 철강 수입 규제안은 기존 세이프가드 조치를 대체하는 저율관세할당(TRQ) 제도다. EU 집행위는 최근 수입 허용량을 기존 3,053만t에서 1,830만t으로 무려 40% 이상 감소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쿼터 초과분에 대해선 관세를 현재의 25%에서 50%로 상향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철강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에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EU는 각 국가별 쿼터 비율을 앞으로 개별 협상을 통해 정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번 규제는 내년 6월 말 기존 세이프가드 만료 시점에 맞춰 회원국 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이에 박 차관보는 EU 측에 한국에 충분한 수출 쿼터가 배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고, 양측이 갈등 없이 조정 가능한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할 계획이다.
아울러 박 차관보는 철강 문제 외에도 EU가 추진 중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디지털 통상협정(DTA)에 대한 입장도 공유한다. 산업부는 한·EU FTA 무역위원회 및 상품 무역 이행위원회 등 후속 채널을 통해 해당 사안을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외교 행보는 보호무역주의 강화 흐름 속에서 한국 철강 산업의 수출 기반을 방어하고, 예측 가능한 통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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