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기업들이 미래 기술에 도전할 수 있도록, 2035년까지 총 3,026억 원 규모의 대형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보다 훨씬 긴 기간과 큰 예산을 투입해, 난이도 높은 기술 개발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사업은 ‘판기술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 ‘판기술’은 기존 산업 판도를 바꿀 정도로 파급력은 크지만, 동시에 실패 가능성도 높은 도전적 기술을 뜻하는 용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러한 기술 분야에서 국내 기업과 연구자들이 과감히 도전하도록 하기 위해, 연구 리스크를 정부가 함께 부담하겠다는 취지로 본 사업을 설계했다.
판기술 프로젝트는 2022년부터 추진되어 온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의 후속 성격을 가진다. 알키미스트는 과감한 연구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시범사업으로, 현재까지 16개 주제에 대해 지원이 이뤄졌다. 산업부는 이를 기반으로 판기술 프로젝트에서 총 10개 테마를 새로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선정된 테마당 최대 8년간, 약 250억 원 규모가 투입되는 장기적이고 집중적인 방식이 채택된다.
기존 사업과의 차별점은 지원 범위에도 있다. 알키미스트가 기초 기술 단계, 즉 원천기술 연구에 그쳤다면, 판기술 프로젝트는 기술의 검증(실증), 시제품 제작, 생산 공정 설계 등 구체적 상용화 단계까지 비용을 지원한다. 따라서 실제 산업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종합형 연구개발 사업이라 할 수 있다. 10개 테마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차례로 선정될 예정이며, 연구자들은 각 테마를 기반으로 자유롭게 과제를 기획하고 경쟁하는 방식으로 참여하게 된다.
정부는 이 같은 방식이 미국 국방부 산하 고위기술개발기관인 ‘다르파(DARPA)’처럼 기술 혁신을 이끄는 모델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는 고위험이지만 높은 파급효과를 가진 기술 분야에서 ‘실패를 허용하는 연구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한국 산업의 성장 동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흐름은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위험 연구개발 분야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장기적인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정책 방향과도 맞물린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차세대 수소에너지, 양자기술, 우주항법 등에서 한국형 기술혁신 모델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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