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16세 미만 청소년이 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고는 소셜미디어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번 조치는 소셜미디어와 인공지능 기반 챗봇이 청소년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향후 법제화 여부에 따라 미국 기술 대기업들의 서비스 운영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결의안은 유럽의회 다수 의원의 찬성으로 통과됐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이 호주의 '소셜미디어 청소년 금지' 정책을 본격적으로 참고하고 있는 만큼 정책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AI 챗봇까지 포함하는 이 조치는, 최근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서비스가 청소년 자살과 정신 건강 악화 사례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사회적 경각심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역시 알고리즘 기반의 콘텐츠 확산 구조에 문제를 제기하며, 틱톡을 비롯한 글로벌 소셜 플랫폼들이 괴롭힘, 혐오, 극단주의 확산을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놨다. 그는 미국 기술기업들이 규제 없이 수익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 상황을 ‘디지털 와일드 웨스트’라 표현하며, 이를 종식시키고 유럽의 디지털 주권을 확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재 프랑스는 독자적으로 청소년 스마트폰 및 SNS 사용 제한 정책을 검토 중이며, AI 기반 리스크 분석을 위한 조사 기구까지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 보고서에서는 13세 이전에는 스마트폰을 소지해서는 안 되며, 18세 미만은 SNS 이용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권고까지 나온 상태다.
해당 결의안을 주도한 덴마크의 크리스텔 샬데모제 유럽의회 의원은 “지금 청소년들은 규제받지 않는 미국과 중국 빅테크의 실험대상이며, 이번 보고서는 그 실험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지난 국정연설에서도 호주의 정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유럽의 후속 조치를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이와 함께 추진 중인 EU의 ‘디지털 신원 확인(ID) 체계’는 청소년의 연령 검증 시스템 역할도 병행할 예정이다. 13~16세 사이의 이용자는 부모의 인증을 받아야 하고, 이후에도 정기적인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온라인 사생활 보장 단체들은 '모든 온라인 활동이 실명 기반으로 추적되는 사회'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EU의 움직임은 단순한 선언을 넘어 글로벌 IT 산업 전반에 중대한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소셜미디어와 AI 플랫폼이 청소년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본격적인 제도화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미국 중심의 자유방임적 기술 확산 흐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첫걸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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