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에서 논의 중인 암호화폐 시장 구조 법안 초안이 정부의 감시 권한을 대폭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디지털 자산 운용사 갤럭시디지털은 최근 이 법안이 미국 재무부에 ‘패트리어트법(Patriot Act)’ 수준의 감시 및 제한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며 경고에 나섰다.
이 법안 초안은 하원에서 지난해 통과된 ‘디지털 자산 시장 명확성법(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보다 훨씬 강력한 규제를 담고 있다. 특히 불법 자금 흐름 통제를 강화하면서, 암호화폐 산업 전반에 걸친 재무부의 영향력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갤럭시디지털은 14일자 리서치 노트를 통해 상원 은행위원회가 마련한 초안에서 핵심 쟁점으로 ‘스페셜 조치(special measures)’ 조항을 지목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재무부는 특정 국가, 금융기관 또는 암호화폐 거래 유형 전체를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재무부는 해당 거래와 연관된 자금 송금에 대해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이는 9·11 테러 이후 도입된 패트리어트법 내용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갤럭시는 이 같은 권한이 ‘국가 안보’라는 명분 아래 매우 포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으며, 오프쇼어 거래소나 탈중앙화 거래 인프라 등으로 정부의 감시가 확장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보고서는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2000년대 초 이후 최대 규모의 금융감시 권한 확대가 될 것이라며, 시민의 자유와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이번 초안에는 재무부 또는 관련 기관이 법원 명령 없이도 최대 30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나 디지털 자산 서비스업체에 특정 거래를 정지하도록 요청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상황에 따라 연장 조치도 가능하다. 갤럭시는 이러한 임시 거래 정지 권한이 사법적 감시 없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금융감독 절차와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분산원장 애플리케이션 레이어(Distributed Ledger Application Layers)’라는 개념을 법적으로 정의하면서, 웹 기반 인터페이스를 포함한 디파이(DeFi) 접속 도구들까지 제재 및 자금세탁방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향후 재무부는 지갑 주소 모니터링, 제재 대상 차단, 위험 기반 AML(자금세탁방지) 조치 적용 등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갤럭시는 이 조항이 사실상 디파이 사용자 인터페이스 제공 기업들이 글로벌 제재 및 금융범죄 대응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는 점에서 규제 적용 범위가 크게 확장된 것이라고 봤다.
법안 초안에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보상 지급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기존에는 스테이블코인을 보유만 해도 일부 수익을 지급받는 방식이 운영됐지만, 초안은 암호화폐 사업자들이 단순 보유에 따른 이자지급(reward)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이에 대해 미국 은행권은 예금자 보호제도가 없는 스테이블코인이 예금과 유사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암호화폐 업계는 지난해 통과된 ‘GENIUS법’을 통해 이미 관련 사안이 정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보상 정책이 지나치게 제한될 경우 지원을 철회할 수 있다며 법안 수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타협 가능한 수준’이라며 수용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법안은 오는 27일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표결(markup)에 들어갈 예정이며, 상원 농업위원회도 자체 버전을 21일 발표한 뒤 같은 날 심의에 나설 계획이다. 두 위원회의 법안은 차후 상원 전체 회의 통과 후 하원과의 절충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업계에선 이번 논의가 규제 명확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자칫하면 정부의 감시 권한만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이러한 감시 권한이 재무부를 통해 더욱 강력하게 실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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