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Ripple) 최고경영자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가 ‘XRP 오스트레일리아 2026’ 무대에서 게리 갠슬러(Gary Gensler)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부터 비공개 사과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미안하다. 내가 틀렸다”는 한마디는 4년 넘게 이어진 SEC-리플 소송전 이후 워싱턴의 기류가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갈링하우스는 행사 현장에서 2024년 말 백악관에서 열린 디지털 자산 정책 관련 고위급 회의 직후의 장면을 전했다. SEC와 리플 간 법적 분쟁이 마무리된 직후 열린 자리였고, 회의가 끝난 뒤 갠슬러가 따로 다가와 짧게 사과했다는 설명이다.
갈링하우스에 따르면 갠슬러는 “I’m sorry, I was wrong, and you guys have done an incredible job(미안하다. 내가 틀렸고, 당신들은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라고 말했다. 갈링하우스도 당시를 떠올리며 웃었지만, 청중 반응은 놀라움에 가까웠다.
SEC와 리플의 법적 공방은 2020년 12월 SEC가 리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SEC는 리플이 XRP를 ‘등록되지 않은 증권’ 형태로 판매해 약 13억달러(약 1조903억여만원·1달러=1464.80원)를 조달했다고 주장했고, XRP 자체를 사실상 투자계약으로 봤다.
이 여파로 다수 거래소가 XRP 상장폐지 또는 거래 제한에 나섰고, XRP는 수년간 ‘규제 불확실성’의 대표 사례가 됐다. 동시에 이 소송은 특정 프로젝트를 넘어 미국 크립토 규제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커졌다.
2023년에는 법원이 일부 기관 대상 판매 이슈를 남기면서도, 공개 시장에서 거래되는 XRP는 증권이 아니라는 취지의 판단을 내리며 리플이 의미 있는 ‘부분 승리’를 거뒀다. 시장에서는 이 판단이 다른 암호화폐 사건에도 참고선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번졌다.
갠슬러는 2025년 초 SEC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재임 기간 ‘집행에 의한 규제(regulation by enforcement)’ 기조를 전면에 내세우며 업계의 강한 반발을 샀다. 갈링하우스 역시 과거 갠슬러를 ‘정치적 부담’이자 ‘독단적 인물’로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비공개 사과는 단순한 개인적 제스처를 넘어, SEC의 접근이 과도했다는 업계의 문제제기에 무게를 싣는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를 만든다. 동시에 향후 워싱턴이 XRP와 디지털 자산 산업 전반을 다루는 방식에서 ‘긴장 완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시장 반응은 즉각적 랠리로 연결되기보다는 관망 쪽에 가깝다. 트레이딩뷰(TradingView) 기준 XRP 일봉 차트는 단기적으로 하방 압력이 남아 있는 흐름을 가리킨다. 결국 핵심은 한 번의 발언이 아니라, 향후 규제기관의 정책 방향과 의회의 입법 속도, 그리고 향후 유사 사건에서의 법적 기준이 어떻게 정리되는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갠슬러의 비공개 사과가 상징하는 것은 결국 하나입니다. 시장은 뉴스 한 줄에 반응하기보다, 앞으로 어떤 프레임(증권성 판단, 집행 우선 기조, 입법 속도, 판례 기준)으로 디지털 자산을 다룰지에 따라 가격과 자금 흐름이 바뀐다는 점입니다.
XRP 소송이 남긴 교훈은 “누가 옳았나”가 아니라, 규제 리스크가 자산 가격과 상장/유동성에 어떤 충격을 주는지를 투자자가 구조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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