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F 사면 시도에도 美 정치권 냉담…트럼프도 선 긋나

| 서지우 기자

샘 뱅크먼-프리드(SBF)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pardon)을 얻기 위해 친(親)트럼프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지만, 워싱턴의 분위기는 냉담하다. FTX 붕괴로 고객 자금 80억달러(약 11조881억원·환율 1달러=1,485.10원)를 빼돌린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은 만큼, 정치권에서도 “사면해선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SBF는 최근 수개월 동안 X(옛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글을 연달아 올렸다. 자신의 유죄 판결을 ‘바이든의 법 집행’ 탓으로 돌리고,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노선을 칭송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돌리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미 의회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SBF의 ‘전략적 충성’에 별다른 가치를 두지 않는 모습이다.

친(親)크립토 성향 공화당 상원의원 버니 모레노는 폴리티코에 “그는 사면받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강하게 말했다. 또 다른 친크립토 성향의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은 SBF의 노골적으로 ‘자기 이익’만을 겨냥한 수사를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네브래스카주 공화당 하원의원 마이크 플러드는 “그는 시장을 무너뜨렸고 대규모 사기를 저질렀다”며 “월가가 그를 다시 불러 무언가를 바로잡게 할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의 샘 리카르도 하원의원은 사면이 성사되려면 결국 충분히 큰 ‘대가’가 필요할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내놨다.

‘MAGA 립스틱’ 바르고 무엇이든 말하는 SBF

SBF의 X 계정은 교정당국이 허용하는 제한된 소통 규정에 따라 지인이 대리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정은 SBF가 이해가 깊지 않은 이슈까지 끌어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찬양해 왔다. 의약품 가격 정책인 ‘트럼프RX’ 구상, 이른바 ‘딥스테이트’가 MAGA 정책을 흔든다는 주장 등까지 동조하는 식이다.

SBF는 트럼프 대통령과 연관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띄우며 “민주당은 소셜미디어에서 ‘오정보’를 검열하려 한다. 트루스소셜과 게터는 늘 표현의 자유를 우선해 왔다”는 취지의 글도 남겼다. 교도소 내 수감 생활을 언급하며 숀 ‘디디’ 콤스와 같은 구역에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하거나, 자신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사를 ‘클린턴이 지명한 민주당 판사’로 규정하는 등, 정치적 프레임을 덧씌우는 시도도 반복됐다.

지난해에는 터커 칼슨과의 ‘무단’ 옥중 인터뷰까지 진행해 사실상 사면 여론전을 펼쳤고, 이 인터뷰가 독방 수감으로 이어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SBF의 부모인 조지프 뱅크먼, 바버라 프리드(전 스탠퍼드대 교수)는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변호사 코리 랭호퍼와 상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면 시도는 성과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1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SBF 사면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뜻을 밝혔고, 백악관도 2월 포천을 통해 해당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재확인했다.

다른 ‘크립토 범죄자’ 사면과 SBF의 간극

SBF가 복역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10개월 사이 크립토 업계와 인접한 사건의 당사자 일부를 사면했다. 실크로드 창립자 로스 울브리히트는 취임 이틀째 석방됐다. 또 고객 청산을 활용한 레버리지 구조로 이익을 얻었고, 은행비밀법(BSA) 위반을 인정한 비트멕스(BitMEX) 공동창업자 3명도 2025년 3월 전원 사면을 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자금세탁 방지 의무 위반으로 4개월 복역한 바이낸스 창립자 창펑 자오(CZ)도 사면됐다. 바이낸스는 CZ 사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의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에 20억달러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져, 정치권 안팎에서 뒷말을 낳기도 했다.

다만 SBF 사건은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배심원단은 SBF에게 사기 및 공모 등 7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고, 검찰은 이를 “역사상 가장 큰 금융 사기 중 하나”라고 규정했다. SBF는 공모자들에게 FTX의 거래 시스템을 조작해 알라메다 리서치가 고객 자금을 끌어다 쓰고, 사실상 무제한 레버리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전 여자친구인 캐롤라인 엘리슨을 포함한 핵심 관계자 3명이 법정에서 “SBF의 지시에 따라 사기를 저질렀다”고 증언한 점도 판결의 무게를 키웠다.

업계 역시 SBF의 ‘흔적 지우기’에 수년을 썼다. 디지털자산 관련 입법 논의에서 SBF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워질 때마다 반발이 나왔다. 루미스 상원의원은 2월 SBF가 암호화폐 시장 구조 법안(CLARITY Act)을 지지한 데 대해 공개적으로 선을 그었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경보가 울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크립토 이슈에서 접점이 거의 없는 워런과 루미스가 드물게 같은 목소리를 낸 대목이다.

‘팔기 어려운’ 사면…그래도 변수는 남아

정치적으로 보더라도 SBF 사면은 이전 사례보다 부담이 크다. CZ와 비트멕스 경영진의 경우 핵심 혐의가 컴플라이언스·자금세탁방지(AML) 체계 미비 등 ‘기술적’ 위반에 가까웠고, 고객 손실을 직접 전제로 한 범죄 구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반면 SBF는 고객 자금 80억달러를 편취한 사건의 중심에 있었고, 그 결과는 글로벌 시장을 흔든 FTX 파산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백악관도 같은 메시지를 반복하며, 의회 다수도 반대하는 구도가 형성돼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슈에 따라 입장이 바뀌는 경우가 잦았고, 임기가 아직 3년 남아 있다는 점에서 SBF가 여론전과 로비를 완전히 접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은 ‘사면 가능성’ 자체보다도, 정치와 사법 리스크가 디지털자산 규제 및 업계 신뢰 회복 과정에 어떤 파장을 남길지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기사요약 by TokenPost.ai

🔎 시장 해석

- SBF는 트럼프식 메시지(MAGA·표현의 자유·딥스테이트 등)로 ‘사면 프레임’을 만들려 하지만, 의회·업계·백악관 모두 냉담해 정치적 가격이 너무 큰 이슈로 굳어지는 중

- 트럼프가 과거 일부 ‘크립토 사건’ 당사자를 사면했어도, SBF는 ‘규제 미비’가 아니라 ‘고객자금 편취(80억달러)·대규모 사기’ 중심 사건이라 동일선상 비교가 어렵다는 인식이 우세

- 시장은 ‘사면 가능성’ 자체보다도, 사법·정치 리스크가 규제(시장구조법 등)와 업계 신뢰 회복 속도에 주는 간접 충격을 더 크게 평가

💡 전략 포인트

- (투자/업계) ‘사면 이슈’는 단기 헤드라인 변동성 요인이지만, 중장기 핵심은 거래소·커스터디의 분리, 고객자산 보호, 내부통제 강화 같은 신뢰 인프라 구축 여부

- (정책/로비 관점) ‘기술적 컴플라이언스 위반’과 ‘고객 피해를 전제로 한 사기’는 정치적 수용 가능성이 크게 다르므로, 규제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사건 유형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

- (리스크 관리) 유명 인물의 발언/정치적 행보는 변하기 쉬우므로, 프로젝트/거래소 평판 리스크는 인물 중심이 아니라 투명성·회계·자산증명·감사 체계 중심으로 점검

📘 용어정리

- 사면(Pardon):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형 집행을 면제/감경하는 대통령 권한. 법적 유죄 자체의 의미와 별개로 정치적 부담이 큼

- MAGA: ‘Make America Great Again’의 약자. 트럼프 정치 노선의 상징적 구호

- AML/BSA: 자금세탁방지(AML) 및 은행비밀법(BSA). 고객확인(KYC)·의심거래보고 등 금융/가상자산 사업자의 준수 의무

- CLARITY Act(시장구조 법안): 디지털자산 규제 권한·거래/발행 구조 등을 정리하는 시장구조 성격의 입법 논의(기사 맥락)

💡 자주 묻는 질문 (FAQ)

Q.

SBF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면을 기대하는 핵심 이유는 무엇인가요?

SBF는 25년형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트럼프가 과거 일부 ‘크립토 관련 사건’ 당사자들을 사면한 전례를 보고 기회를 찾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X(트위터)에서 MAGA 노선, 표현의 자유, 딥스테이트 비판 등 친트럼프 메시지를 강화해 여론전·정치적 명분을 만들려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Q.

다른 크립토 인물은 사면됐는데, SBF는 왜 특히 어렵다고 하나요?

다른 사례는 AML/BSA 등 ‘컴플라이언스 체계 미비’처럼 비교적 기술적 위반 성격이 강한 반면, SBF는 고객 자금 80억달러 편취 혐의로 ‘역사적 규모의 금융 사기’로 규정된 사건의 중심에 있습니다.

피해 규모와 사회적 반감이 커서, 사면은 정치적으로 “팔기 어려운” 선택지가 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Q.

이 사건이 암호화폐 시장과 규제 논의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FTX 붕괴는 ‘고객자산 보호·내부통제·투명한 운영’이 시장 신뢰의 전제라는 점을 각인시켰고, 이후 시장구조 법안 같은 입법 논의에서도 SBF의 그림자를 경계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즉, 단순히 한 개인의 사면 여부를 넘어, 업계 신뢰 회복과 규제 프레임(거래소 책임·감사·자산 분리 등)에 장기적인 영향을 주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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