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연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리브라(LIBRA) 토큰 관련 재판에서 놀라운 반전이 발생했다. 프로젝트 창립자인 헤이든 데이비스(Hayden Davis)가 법원 문건을 통해 리브라를 “실질적인 투자 상품이 아닌 밈코인”이라며 방어 전략에 나선 것이다. 그는 리브라에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나 목표, 개발 로드맵조차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제는 데이비스의 발언이 리브라가 초기에 아르헨티나 대통령 밀레이(Javier Milei)의 공식 지지를 받으며 유망 프로젝트로 소개됐던 점과 정면 배치된다는 것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올해 2월 삭제된 게시글을 통해 리브라가 중소기업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칭찬한 바 있어, 소셜미디어상에서 급속도로 신뢰를 얻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총 2억 8,000만 달러(약 3,892억 원) 어치의 암호화폐가 동결된 데 있다. 이중에는 데이비스가 밀레이 대통령과 회동하던 1월 30일 전후 시점에 발생한 두 건의 의심스러운 송금 건도 포함되어 있다. 첫 번째는 회동 당일 데이비스의 지갑에서 크라켄(Kraken) 거래소로 49만 9,000달러(약 6억 9,211만 원)가 이동했고, 불과 42분 뒤 다른 지갑에서 비트겟(Bitget)을 향해 50만 7,000달러(약 7억 420만 원)가 추가로 전송됐다.
이들 지갑은 데이비스가 만든 또 다른 토큰 '멜라니아(MELANIA)'와도 연관된 것으로 나타나 수상한 자금 흐름에 대한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멜라니아’는 미국 퍼스트 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를 모티브로 한 프로젝트로, 사실상 유명 이름을 이용한 종전 사례로 이미 구설에 오른 바 있다.
투자자인 오마르 훌록(Omar Hurlock)은 이 사건으로 인한 금전 피해를 주장하며 데이비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데이비스 측은 훌록이 실제로 리브라를 구매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소송이 단순한 ‘묻지마 투자 실패 책임 돌리기’라는 입장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오는 8월 19일 예정된 미 연방법원 심리다. 검찰은 멜라니아 및 리브라 관련 지갑 간 자금 흐름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이며, 데이비스 측은 재판 관할권을 아르헨티나 또는 텍사스로 변경해달라는 요청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2억 8,000만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자산은 여전히 동결 상태다.
한편 이 사건은 단순한 투자 사기 논란을 넘어, 국내외 정치권과도 연루되어 있다는 점에서 암호화폐 생태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공공 인사의 이미지와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혼합될 경우 나타나는 도덕적 해이와 투명성 결여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예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