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상원 경선에 등장한 ‘크립토 PAC 공격’…2026 중간선거 로비전 신호탄 되나

| 서지우 기자

미국 일리노이주 민주당 상원 예비경선에서 ‘크립토 로비’가 예상 밖의 방식으로 위력을 과시했다. 암호화폐 업계와 연계된 정치활동위원회(PAC)가 700만달러 규모의 네거티브 광고를 집행하며 특정 후보를 정조준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둔 ‘크립토 정치자금’ 전쟁이 프라이머리(예비선거) 단계부터 가속화하는 흐름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논쟁의 중심에 선 인물은 일리노이주 부지사이자 민주당 상원 예비경선 후보인 줄리아나 스트래튼(Juliana Stratton)이다. 스트래튼은 3월 3일(현지시간) 공개한 36초 분량 영상에서 “MAGA의 지원을 받는 크립토 PAC가 나를 공격하는 광고에 7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며 “나는 돈으로 매수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반발했다. 본래 디지털자산 정책과 거리를 두던 후보가 ‘크립토 공격’을 전면 이슈로 끌어올린 셈이다.

이번 사건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스트래튼이 그동안 암호화폐에 대해 뚜렷한 찬반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민주당 내 대표적인 규제 강화론자인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상원의원의 지지를 받긴 했지만, 스트래튼 본인의 공개 발언만 놓고 보면 친(親)크립토도 반(反)크립토도 아닌 ‘침묵’에 가까웠다는 해석이 많았다. 크립토 업계의 정치자금 흐름을 추적해온 리서처 몰리 화이트(Molly White) 역시 “그는 크립토 이슈에서 두드러진 발언이 없었고, 코인베이스(Coinbase)가 후원하는 ‘스탠드 위드 크립토(Stand With Crypto)’도 그를 입장 보유자로 분류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그런데 영상 게시 이후 판이 흔들렸다. 스탠드 위드 크립토는 스트래튼을 ‘강한 반크립토(strongly against crypto)’로 재분류했고, 경쟁자인 민주당 하원의원 라자 크리슈나무르티(Raja Krishnamoorthi)는 ‘강한 친크립토(strongly supports crypto)’로 평가했다. 정책 공약보다 ‘공개 발언’과 ‘입법 행보’에 따라 친·반 딱지가 빠르게 바뀌는 구조가 드러난 셈이다.

크리슈나무르티가 친크립토로 분류된 배경에는 의회에서의 선택이 자리한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다루는 ‘지니어스법(Genius Act)’ 지지 입장을 밝혀왔고, 디지털자산 시장 구조를 정리하는 ‘클래러티법(Clarity Act)’ 논의에도 우호적인 쪽으로 평가된다. 화이트가 공개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크립토 업계가 크리슈나무르티 캠페인에 공개적으로 지원한 금액은 2만5300달러 수준으로 크지 않다. 다만 국제 언론은 페어셰이크(FairShake) 등 암호화폐 PAC가 일리노이 경선 관련 지출만 860만달러에 달한다고 짚으며, 지역 선거가 전국 단위 로비전의 전초전으로 바뀌고 있다고 해설했다. 양측 캠프는 현지 매체의 논평 요청에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간선거가 가를 ‘클래러티법’과 스테이블코인 규율

업계가 프라이머리부터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는 것은 2026년 11월 중간선거 결과가 ‘클래러티법’과 ‘지니어스법’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판단과 맞물린다. 중간선거에서는 하원 435석 전부와 상원 35석이 새로 걸린다. 의회 권력이 분점되는 구도가 재현될 경우, 디지털자산 법안은 다시 교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거래소 규율, 자산 분류 기준, 감독기관 권한 배분 등을 둘러싼 이해 충돌은 암호화폐 업계뿐 아니라 은행권과도 직결돼 정치적 합의가 더디게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글로벌 기준으로 은행권의 블록체인 관련 투자 확대 흐름이 이어지며(누적 1000억달러 이상이 거론된다) 전통 금융과 크립토의 주도권 경쟁이 한층 선명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중간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는 이벤트로 꼽힌다. 공화당이 하원을 내줄 경우 야권이 각종 조사와 탄핵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기 때문이다. 이런 불확실성은 업계가 기대하는 규제 환경 안정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암호화폐 산업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신호를 보내왔다. 친업계 인사를 전면에 배치하고, 규제 방향을 뒷받침하는 행정명령 등을 통해 ‘제도화’ 논의를 촉진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크립토 사업 연관성은 민주당의 핵심 공격 지점이기도 하다.

논란의 대표 사례로 트럼프 대통령과 아들들이 공동 설립자로 참여한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이 거론된다. DL뉴스는 5월 아부다비 투자사가 이 프로젝트의 스테이블코인 ‘USD1’을 활용해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 20억달러를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 부부 명의의 공식 밈코인 발행, 상위 보유자 대상 갈라 디너 개최 등 일련의 행보는 ‘이해충돌’ 프레임으로 확장되고 있다. 하원 법사위원회 민주당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보고서는 디너 참석자 중 외국 국적자가 다수 포함됐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외국 영향력 우려를 제기했다. 백악관은 불법 행위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디지털자산 컨설팅사 펜로즈 파트너스(Penrose Partners)의 G. 클레이 밀러(G Clay Miller)는 “중간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정치권은 정책 차이뿐 아니라 후보 개인의 재정적 이해관계를 부각해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크립토 이슈가 ‘산업정책’과 ‘도덕성 논쟁’ 두 축에서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2억7100만달러 쏟아부은 슈퍼 PAC…프라이머리 ‘길들이기’ 우려

정치자금 규모는 이미 다른 산업을 압도하는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화이트 집계에 따르면 페어셰이크 같은 슈퍼 PAC을 중심으로 크립토 로비 그룹이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쏟아부은 돈은 2억7100만달러를 넘어섰다. 국제 보도에서는 페어셰이크가 1억9300만달러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부각된다. 핵심 수단은 광고이며, 네거티브 광고를 통해 반대 후보를 압박하는 패턴이 두드러진다. 주요 후원자로는 코인베이스, 리플(Ripple), 유니스왑 랩스(Uniswap Labs), 안드리센호로위츠 등이 거론된다. 업계 옹호 성격의 ‘프로텍트 프로그레스(Protect Progress)’, ‘펠로십 PAC(Fellowship PAC)’ 등도 선거 자금 투입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 흐름이 특정 정당에 기울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집행된 2억7100만달러 중 약 40%가 공화당으로, 3%가 민주당으로 향했고 나머지는 초당적 성격의 후보들에게 흘러갔다는 집계가 제시됐다. 다만 업계가 ‘초당적 안전판’을 만들기 위해 민주당 후보 지원도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최근에는 친MAGA 성향의 크립토 옹호 단체도 늘고 있다. 윙클보스 형제(Winklevoss twins)와 크라켄(Kraken) 등이 후원하는 ‘디지털 프리덤 펀드(Digital Freedom Fund)’, ‘퍼스트 프린서플스 디지털(First Principles Digital)’ 등이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업계는 자신들이 더 이상 소수 이해집단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블록체인협회(Blockchain Association)의 서머 머싱어(Summer Mersinger) 최고경영자(CEO)는 “2024년 선거는 크립토가 수천만 명의 디지털자산 보유자로 이뤄진 ‘실제 유권자 집단’이며, 그들이 투표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그 흐름은 2026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일리노이 사례가 예외가 아니라 ‘예고편’일 가능성이다. 중간선거까지 시간이 남았음에도 프라이머리에서부터 거액을 동원해 후보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전략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화이트는 “예비선거 단계에서 대규모 지출을 통해 후보들에게 ‘크립토 아젠다를 수용하라, 혹은 최소한 조용히 있지 않으면 수백만달러의 반대 지출을 맞게 된다’는 메시지를 주려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역 경선에서 시작된 ‘크립토 로비’의 공세가 2026년 중간선거의 핵심 변수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기사요약 by TokenPost.ai

🔎 시장 해석

- 일리노이 민주당 상원 예비경선에서 크립토 연계 PAC가 700만달러 규모의 네거티브 광고를 집행하며 ‘크립토 자금의 정치 개입’ 이슈가 본격화됐습니다.

- 크립토 업계가 본선이 아닌 프라이머리(예비경선) 단계부터 자금을 선제 투입하면서,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둔 로비전이 조기 점화되는 흐름으로 해석됩니다.

- 규제·입법 환경(클래러티법, 지니어스법 등)의 향방이 정치자금의 집중 타깃이 되면서, 단기적으로 정책 뉴스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 전략 포인트

- ‘입법 캘린더 + 선거 캘린더’가 동시에 움직이는 구간에서는 특정 법안(명확화/안정성/감독권한) 관련 헤드라인에 따라 섹터별(거래소·스테이블코인·디파이) 기대감이 엇갈릴 수 있어 포지션을 분산하는 접근이 유리합니다.

- PAC 공세가 확대될수록 규제 리스크 프리미엄이 재평가될 수 있으므로, 정책 불확실성 구간에서는 레버리지 축소·현금 비중 확대 등 방어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합니다.

- ‘업계 자금 유입 → 후보 입장 변화 → 법안 논의 진전/지연’의 연결고리를 체크하며, 여론 악화(네거티브 광고 역풍) 시에는 오히려 규제 강경론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양면 리스크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 용어정리

- PAC(Political Action Committee): 미국에서 특정 후보/정당/정책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해 정치자금을 모아 집행하는 단체

- 프라이머리(예비경선): 정당이 본선 후보를 뽑기 위해 치르는 내부 선거

- 네거티브 광고: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검증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선거 광고

- 클래러티법(Clarity Act): 디지털자산의 규제 관할·분류 등을 명확히 하려는 성격의 입법 논의(기사 맥락)

- 지니어스법(GENIUS Act):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 관련 규율 체계를 다루는 입법 논의(기사 맥락)

- 페어셰이크(Fairshake): 크립토 업계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영향력 단체/후원 네트워크로 거론되는 경우가 많은 정치자금 흐름(기사 맥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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