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심야 시간 화재가 발생해 일가족 3명이 숨진 가운데, 경찰은 이번 화재가 방화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화재는 2025년 8월 10일 새벽 3시 35분쯤 대구시 동구 신천동의 한 17층짜리 아파트 11층에서 발생했다. 화재 신고를 받은 119 구조대는 현장에 출동해 약 19분 만에 불길을 잡았지만, 안타깝게도 집 안에서는 10대 자녀 2명이, 베란다 아래에서는 40대 어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아버지는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화염과 연기 속에서 주민 일부도 피해를 입었다. 인근 주민 3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 치료를 받았고, 20여 명은 스스로 대피하는 과정에서 큰 인명 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 다행히 추가 사망자는 없었다고 소방 당국은 밝혔다.
경찰과 소방 당국의 초동 조사 결과, 아파트 내부에서 불이 시작된 지점이 여러 곳으로 확인되면서 인위적인 방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기적 요인이나 가스 누출로 인한 화재는 단일 지점에서 화염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례적인 발화 분포는 방화의 중요한 단서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식과 함께 일가족 및 이웃 주민에 대한 추가 진술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는 1990년대에 준공된 건물로, 현행 건축물 관리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노후 아파트의 화재 안전 취약성은 여러 차례 지적돼 왔으며, 이번 사건 역시 스프링클러 미설치의 위험성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번 화재는 단순한 사고를 넘어선 사건일 가능성이 있어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방화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가족 내부의 갈등이나 외부 요인 등 보다 복합적인 배경이 드러날 수 있어 향후 수사 진행 방향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 노후 공동주택의 화재 예방 대책 필요성 역시 재조명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