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반려동물 가게서 개·고양이 판매 전면 금지 추진…글로벌 '펫숍 퇴출' 가속

|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반려동물 가게에서 개와 고양이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 추진에 나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펫숍 규제'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번 법안은 지난 6월 유럽의회에서 통과된 '개·고양이 복지 및 추적성 법안'을 토대로 한다. 향후 유럽의회와 EU 이사회, 집행위원회가 협상을 통해 최종 입법 절차를 마무리하면, EU 회원국 전체에 반려동물 상업 판매 금지라는 통일된 법적 기준이 적용될 예정이다. 법안의 주요 목적은 반려동물의 복지 증진과 불법 번식·유통을 근절하려는 것으로, 판매뿐 아니라 유통 유래까지 추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구축이 핵심이다.

사실 이러한 규제 움직임은 이미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꾸준히 확산되어 왔다. 영국은 지난 2020년부터 '루시법'이라 불리는 법률을 통해 펫숍에서의 개·고양이 제3자 판매를 금지하고, 전문 사육업자가 직판매하는 방식만 허용 중이다. '강아지 공장'으로 대표되는 비윤리적 대량 번식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 법안의 배경이다. 프랑스 또한 2024년부터 개와 고양이의 가게 판매를 금지했으며, 입양 시에는 '반려동물 양육 책임 확인서' 작성과 숙고 기간을 의무화해 신중한 입양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뉴욕, 메릴랜드, 일리노이, 오리건주 등은 반려동물 가게에서 개와 고양이를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유기동물 보호소 등에서 구조한 동물만 입양 소개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꿔가고 있다. 최근의 조치들은 공통적으로 상업적 목적의 무분별한 번식을 억제하고, 유기동물 입양을 장려하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한편, 독일 등 일부 국가는 직접적인 금지 대신 판매 허가제를 운영하거나 동물보호소 중심의 입양 문화로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방식도 병행하고 있다. 일본과 네덜란드는 여전히 가게 판매를 허용하고 있지만, 전시 시간이나 구매 연령을 제한하는 등 점진적인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처럼 각국은 자국의 동물권 인식과 법 체계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판매 제한 정책을 시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전히 대규모 사육시설에서 판매 목적으로 길러지는 강아지들의 열악한 환경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이에 반려동물 산업의 윤리적 전환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EU의 이번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반려동물 복지 기준을 새롭게 정비하고, 펫숍 중심의 유통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더 많은 나라에서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위한 제도 개선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단순한 판매 금지를 넘어, 반려동물을 생명 있는 존재로 대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국제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