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의 '철통사생활' 프로젝트에 주민 반발...11채 매입에 1,528억 원 쏟아

| 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 최고경영자가 미국 캘리포니아의 고급 주택가에서 진행해 온 대규모 부동산 개발과 사생활 보호 조치가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주택 철거부터 감시 카메라 설치, 무단 도로 통제까지 잇단 민원이 제기되며 지역사회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국 유력 언론인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2011년 팰로앨토의 고급 주거지역인 크레센트파크에 이사한 이후 인근 주택들을 하나둘씩 인수하며 주변 부지를 통째로 확보해왔다. 일반 시세보다 2~3배에 이르는 가격을 제시하며, 해당 지역의 의사·변호사·스탠퍼드대 교수 등 기존 주민 일부는 집을 내놓고 떠났다. 현재까지 그가 사들인 주택은 총 11채, 거래에 사용된 금액은 약 1억1천만 달러(약 1,528억 원)에 달한다.

이후 저커버그는 자신만의 거주 공간을 구축하기 위해 기존 주택 일부를 철거하고, 대규모 정원과 와인 저장고, 손님용 별채, 스포츠 시설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을 신축했다. 특히 그의 아내 이름을 딴 2미터 높이의 동상이 등장하며, 해당 지역은 일종의 개인 영지처럼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과정은 단순한 공간 정비를 넘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확대됐다.

지역 주민들이 가장 크게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공사 장기화와 그로 인한 생활 불편이다. 2016년부터 시작된 공사는 8년 이상 계속됐고, 출입로 임의 통제, 소음, 건설 장비로 인해 주민 차량이 손상되는 일도 빈번했다. 공사와 관련된 도시 조례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철거 대상 주택 수를 나눠 신고했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시 건축심의위원회가 정식으로 공사 계획을 반려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커버그 측은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감시 카메라 설치와 경호팀의 과잉 대응도 주민들과의 신뢰에 악영향을 끼쳤다. 저커버그 측은 이웃 정원을 향해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고, 이를 문제삼은 주민이 자극적인 표현으로 항의한 후에야 철거가 이뤄졌다. 일부 주민은 경호 인력이 차량 내부에서 자신들을 촬영하거나 검문까지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저커버그 측은 CEO로서 높은 보안 수준이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이웃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사생활 보호와 보안이라는 개인적 이유가 이해되는 부분도 있으나, 이 같은 조치로 인해 주민들이 실질적인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저커버그와 지역사회 간의 관계는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거액의 부동산 매입과 고급화된 시설 조성이 자신만의 공간으로 치환되는 과정이 지역 공동체의 일상에 어떤 파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같은 부유층 중심의 공간 독점 움직임은 앞으로도 다양한 지역에서 유사한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도시 규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사생활 보호와 지역 주민 권리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일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