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소액결제 해킹 파문…통신사 책임 회피 '도마 위'

| 연합뉴스

KT가 최근 발생한 대규모 무단 소액결제 사태에 대해 피해 금액을 전액 청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통신사의 책임 회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통신사가 실질적인 결제 중개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KT가 연루된 이번 무단 결제 사건은 다소 이례적인 수법으로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9일까지 약 열흘간 KT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소액결제 피해 건수는 124건, 누적 피해액은 약 8천60만 원에 달했다. 해커는 초소형 기지국을 불법 설치해 이용자의 정상적인 데이터 트래픽을 가로챔으로써 결제를 유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동식 장비를 사용한 정황도 포착되어 피해 확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KT는 이번 피해에 대해 선제적으로 구제 조치를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유사 피해 사례에서 통신사들이 소비자 피해 구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온 전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피해를 입은 한 이용자는 지난 2021년에 사지도 않은 게임 아이템이 구글 스토어를 통해 자동 결제된 일을 떠올리며, KT에 문의했지만 "구글 측에 직접 요청해야 한다"는 답변만 반복적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스스로 법률을 찾아보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상 통신사가 결제 대금을 보류할 수 있다는 조항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행법에서는 통신사가 이용자의 의사에 반해 통신 과금 서비스가 이루어진 경우 결제대금 지급을 유보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실제 분쟁이 발생하게 되면 통신사는 결제대행사(PG사), 앱 스토어 운영자 등에 책임을 돌리며 정작 이용자 보호에 앞장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제도적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국회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주희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휴대폰 소액결제 시장 규모는 약 6조6천938억 원에 달했으며, 이에 따른 소비자 민원은 1만5천44건이나 접수됐다.

문제는 통신사들이 이러한 거대한 시장에서 결제 수수료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정작 불완전 결제에 따른 소비자 피해 대응에는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편, 당국은 모든 소비자 피해를 통신사 책임으로 귀속시키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한다. 특히 악성 앱 설치나 링크 클릭과 같은 소비자 과실이 개입된 건에 대해서는 구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신 인공지능 등 기술을 활용해 사전에 피싱이나 스미싱 공격을 탐지하는 대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KT 사례는 통신사가 단순한 중개자가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결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의에 불을 붙였다. 앱 스토어나 PG사 사이에서 명확한 책임 주체가 없이 피해자들이 여러 채널을 떠돌며 시간을 허비하는 현재 구조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관련 법령 개정 논의와 기술 기반 피해 예방법 확대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