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 여파로 정지됐던 행정전산망 가운데 일부가 복구되고 있으나, 전체 시스템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더 걸릴 전망이다. 특히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고등급 시스템들의 복구가 더뎌 정부의 비상 대응이 중요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9월 26일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총 647개의 행정 시스템이 일시 중단됐다. 이 가운데 1등급 핵심 업무 21개를 포함해 101개 시스템의 운영이 다시 시작된 것으로 10월 1일 기준 파악됐다. 복구율은 전체 대비 15.6% 수준으로, 발생 엿새가 지난 현시점에서도 복구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7-1 전산실 전소로 인해 상당수 공공 시스템이 물리적으로 손상된 상태라며, 이를 대체하기 위해 NHN클라우드를 복구 파트너로 선정해 대구센터로의 이전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클라우드 서버에 대한 장비 입고가 시작되면서 인프라 기반이 마련되는 즉시 복구 속도가 개선될 것이라는 입장도 덧붙였다. 다만 복구된 일부 시스템에서도 다시 장애가 발생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예컨대 교육부의 공직자 메일 서비스 접속이 일부 불안정한 상황이 이날 오후 확인됐다.
가장 큰 피해 중 하나는 정부부처들이 각종 보고서나 내부 문서를 저장하던 공용 저장 시스템인 ‘G드라이브’의 완전한 손실이다. 이 시스템은 불이 난 7-1 전산실 5층에 위치해 피해가 집중됐다. 정부는 결재 등 핵심 문서는 ‘온나라시스템’에도 함께 저장돼 있어 주요 보고자료는 보전됐다고 설명했지만, 인사혁신처와 같이 독립적으로 G드라이브에만 자료를 저장해온 부처의 경우 정보복구 여부를 추가로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사고로 인해 중앙행정기관의 문서결재 체계뿐 아니라 민원 시스템, 부동산정보시스템, 공공 메일 시스템 등 일상에 가까운 디지털 행정 서비스가 광범위하게 영향을 받았다. 일례로 민원 업무에 사용하는 정부24나 무인민원발급기는 현재 점차 정상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주민센터에서 서비스 중단 공지가 붙어 있는 실정이다. 이 여파는 우정사업본부의 우체국 쇼핑몰 입점 소상공인에게도 피해를 끼쳤는데, 추산된 피해액만 126억 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정부는 33억 원 규모의 물품 직접 구매 및 한 달간 판매수수료 면제와 같은 지원책을 즉시 가동 중이다. 중소기업벤처부도 민간 쇼핑몰 입점 지원과 업체당 200만 원 상당의 쿠폰 제공을 통해 긴급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이번 사고로 인한 보안 공백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민재 차관은 “국가통신망의 보안장비는 계속 작동했고, 가동 중단이 있었던 대전센터에서는 통신과 보안체계를 먼저 복구한 후 일반 시스템을 재가동했다”며, 보안 공백이 없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달 초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 대비해 공문서 결재 시스템인 온나라 문서 시스템의 신속 복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정부가 공공 클라우드로의 전환 속도를 가속화하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물리적 인프라의 단일화로 발생한 대규모 사고인 만큼, 향후 행정망 분산처리 및 이중화 설계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데이터 백업 방안과 공무원 업무시스템의 안전성 강화 등 디지털 행정의 구조적 개편 논의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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