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개인정보 유출 수사자료, 의결 전 새나갔다…경로는 결국 '미궁'

| 연합뉴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조사하던 중, 내부 조사 내용 일부가 외부 언론에 사전 보도된 정황이 드러났으나, 해당 정보의 유출 경로를 끝내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4년 5월 7일, 한 언론사가 개인정보위의 공식 의결 전에 카카오톡 사건 조사 내용을 단독 보도하면서 사전 정보 유출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개인정보위는 같은 달 13일부터 24일까지 내부 감사를 진행했지만 명확한 유출 책임자나 경로는 확인하지 못했다. 감사 결과, 보도된 기사 내용이 카카오 측에 사전에 전달된 '사전통지서'에 포함된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 통지서는 제재 전 사전 의견 청취를 위해 발송되는 문서로, 외부에서 접근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유출 경위에 대한 의문이 깊어졌다.

문제의 발단이 된 사건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약 6만 5천 건의 개인정보가 외부에 노출된 데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개인정보위는 카카오에 지난해 5월 22일 총 151억 원의 과징금과 78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처분이 확정되기 전 조사 자료가 외부에 노출되면서 개인정보보호 행정의 신뢰성에도 손상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개인정보위는 감사보고서에서, 유출이 있었을 가능성이 가장 큰 문서로 '사전통지서'를 지목했다. 특히 카카오 측이 해당 문서를 받은 뒤 외부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던 정황을 들어, 카카오 또는 대리 법무법인을 통해 정보가 제3자에게 전달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경찰청 파견 직원이 수사 관련 문서를 공유한 이력은 있었지만, 이는 수사기관 간 협업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관련 자료의 외부 유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정보 유출과 관련한 외부 문의가 있었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도 보도 당일 해당 언론사의 문의를 개인정보위 대변인실로 넘겼을 뿐, 보도 전에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개인정보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사자료 비밀유지 의무의 철저한 준수와 외부 자문 시 정보 최소화 제공, 출력물 워터마크 도입 등의 대책을 발표하며 재발 방지 의지를 내비쳤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은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국가 기관이 정작 자체 조사 결과조차 새나가게 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며, “내부 정보 보호조차 제대로 못하는 기관의 처벌 결과에 대해 얼마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제도 전반의 개선과 함께 개인정보위의 명확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안은 행정기관의 신뢰성과 조사 행위의 공정성을 둘러싸고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향후 유사 사건에 대한 제재나 법적 조치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기관 내부의 정보 보안 체계 보완이 필수적이며, 공공기관의 조사 권한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