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美·中 갈등 속에도 실적 '서프라이즈'…美 증시서 3.5% 급등

| 김민준 기자

대만의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TSM)가 2025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시장 전망을 상회하는 성적을 올리며 미국 증시 프리마켓에서 주가가 상승했다. 회사는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서도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유지하며 기술 업계의 탄탄한 수요를 확인했다.

TSMC는 애플(AAPL), 엔비디아(NVDA) 등 미국 기술 대기업에 고급 반도체를 공급하는 핵심 업체다. 이번 분기에서 TSMC는 주당순이익(EPS)이 13.94 대만달러($0.43)로 집계됐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8,392억 대만달러(약 25조 1,00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EPS 13.61 대만달러와 매출 8,359억 대만달러를 모두 웃도는 수치다. 특히 2분기 전망으로 제시된 매출 가이던스는 284억~292억 달러(약 40조 9,000억 원~42조 400억 원)로, 애널리스트들이 기대한 271억 달러(약 39조 원)를 크게 상회했다.

2025년 들어 주가가 약 25% 하락했던 TSMC는 이번 실적 발표 직후 미국 증시에서 약 3.5% 반등했다.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여전히 연간 매출이 미국 달러 기준으로 25% 가까이 성장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C.C. 웨이(TSMC CEO)는 컨퍼런스 콜에서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고객들의 발주 패턴이나 수요에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 연간 전망은 유지하며, 미국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에도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실적 발표는 TSMC가 미국 정부의 압박 속에서 미국 내 제조 역량 확대를 선언한 지 한 달 만에 나왔다. 최근 웨이 CEO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해 1,000억 달러(약 144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만산 반도체에 부과된 10% 관세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미국 내 첨단 기술 공급망 재편 흐름에 발맞추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미중 갈등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성장을 이어가는 TSMC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핵심 축으로서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미국의 산업 정책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교차하는 상황에서도 TSMC는 수요 탄탄한 기술 기업 고객 기반과 대규모 투자 계획을 앞세워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