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보안 투자 열기 '부활'… AI·M&A 훈풍에 벤처시장 들썩

| 김민준 기자

올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사이버 보안 전문 행사 RSA 컨퍼런스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다시 한번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 이전을 방불케 하는 인파와 열기로 가득한 이번 행사에서는 인공지능(AI), IPO(기업공개), 그리고 대규모 인수합병을 둘러싼 담론이 주를 이뤘다. 특히 투자자들은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낙관론을 드러내며, 본격적인 시장 회복을 기대하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노스웨스트 벤처 파트너스의 데이브 질버만 파트너는 “우리는 기본적으로 낙관주의자”라며, 지정학적 불안정성과 무역 마찰 같은 변수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회복 가능성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다. 비슷한 시각에서 텐일레븐 벤처스의 데이비드 팔머 파트너는 최근 인바운드 인수 제안이 급증했다고 밝히며, M&A 시장이 다시 동력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IPO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지만, 포트폴리오 기업 일부는 상장을 목표로 내부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데이터에서도 회복 조짐이 관측되고 있다. 올해 들어 이미 32건의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인수 건이 있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근소한 차이에 불과하다. 지난해는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105개사가 인수되며 2021년 이후 최다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최근 마스터카드가 인사이트 파트너스로부터 위협정보 분석 업체 리코디드 퓨처를 26억 5,000만 달러(약 3조 8,000억 원)에 인수한 것도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주요 사례로 꼽힌다.

올해 분위기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화두는 단연 ‘AI’였다. 많은 투자자들은 AI를 기반으로 한 보안자동화 기술, 예컨대 보안운영센터 내 반복 업무 자동화에 매력을 느끼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지나친 범용화 우려도 제기됐다. 한편, 데이터 보호 및 AI의 악용 방지와 같은 ‘AI 보안을 위한 보안’ 부문은 아직 초기 단계로 평가되면서도 장기적 성장 여력을 보유한 영역으로 주목받았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투자자들의 기대와 맞물려 있다. 포지포인트 캐피털의 알베르토 예페즈 공동창업자는 지정학적 갈등이 상수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처럼 투자 자금이 시장에 유입되고 실질적인 딜이 성사되고 있는 국면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은 투자하고 있다. 이 흐름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IPO 시장에서는 아직 속도 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RSA 행사 무대에서 투자자들은 여전히 일부 포트폴리오 기업의 상장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시점은 미정인 경우가 다수였다. 지난해 말까지 조심스럽게 나왔던 ‘IPO 재개’ 가능성은 사실상 뒤로 미뤄진 셈이다.

올해 사이버 보안 및 AI를 중심으로 한 벤처 시장은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견조한 투자심리를 유지하고 있다. 딜 확대와 자금 유입이 맞물리는 현 시점에서, 실질적인 회수 성과가 터져 나온다면 시장은 단기간 내 가시적 반등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