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본 프로, 콘솔 없는 게임 시대 연다… ‘화면이 플랫폼’ 선언

| 김민준 기자

게임 컨트롤러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온 백본(Backbone)이 차세대 제품 ‘백본 프로(Backbone Pro)’를 공식 발표했다. 이번 제품은 단일 기기로 콘솔, 스마트폰, 노트북, 심지어 VR 기기나 스마트TV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디지털 기기에서 원활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3년 이상의 연구 끝에 탄생한 이 컨트롤러는 모바일과 클라우드 게이밍 등 플랫폼 경계가 모호해지는 게임 환경을 겨냥해 다양한 기술과 사용자 맞춤 설계를 집약한 것이 특징이다.

백본 프로의 개발을 이끈 마닛 카이라(Maneet Khaira) CEO는 “게임의 미래는 특정 기기를 넘어서 화면 중심의 경험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제는 어떤 화면에서도 동일한 몰입감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본 측에 따르면 이번 제품 개발을 위해 9,000개가 넘는 시제품을 제작하고 30건 이상의 시장조사를 병행했다. 애플, 구글 등에서 하드웨어를 설계한 베테랑 팀이 대거 투입됐으며, 사용자 손 크기와 패턴 분석을 위한 딥러닝 기반 3D 카메라 분석도 활용됐다.

백본 프로는 유선 USB-C 연결을 통한 *지연 없는 플레이*와 블루투스 방식의 무선 모드를 모두 지원한다. 스마트폰, 태블릿(iPad 포함), 노트북(Mac 포함), VR 기기(메타 퀘스트, 애플 비전 프로), 그리고 삼성 게이밍 허브 같은 스마트TV와도 호환되며, 콘솔이나 추가 기기 없이도 원활한 게임 환경을 제공한다. 백본 앱에 포함된 ‘플로우스테이트(FlowState)’ 기술은 이전에 연결된 기기를 기억하고 원터치로 자동 전환해주는 기능도 제공해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디자인 명은 코드네임 ‘네지(Neji)’였으며, 초소형 안에 풀사이즈 조이스틱, 리매핑 가능한 후면 버튼, 다양한 손 크기를 커버하는 맞춤 인체공학 설계 등이 집약됐다. 실제로 카이라 CEO는 “손 크기 5~95 백분위 사용자 모두에게 적절한 사용감을 제공해야 했다”며 “머리카락보다 얇은 25마이크론 단위까지 디자인을 수정하는 정밀 작업을 거쳤다”고 전했다.

백본 프로는 단순한 하드웨어를 넘어 게임 경험 전체를 아우르는 소프트웨어 허브 역할까지 수행한다. 백본 앱을 통해 애플 아케이드, 넷플릭스 게임, 엑스박스 원격 플레이, 스팀링크, 엔비디아 지포스 나우 등 주요 게임 플랫폼을 중앙에서 통합해 관리할 수 있으며, 게임 검색과 실행을 한곳에서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 검색’ 기능도 제공된다. 여기에 고전 게임을 위한 자체 에뮬레이터까지 공식 지원하며, 백본 플러스(Backbone+) 구독자는 무료 회전 라이브러리까지도 즐길 수 있다.

백본 랩스는 2018년 설립 이후 플랫폼 간 경계를 허물고 ‘어떤 화면에서든 게임할 수 있는 미래’를 비전으로 삼아왔다. 이미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와의 파트너십은 물론, 전설적인 게임 디자이너 코지마 히데오와의 협업까지 진행하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초기 제품은 아이폰과 함께 사용 가능한 컨트롤러였지만, 이번 백본 프로를 기점으로 ‘디바이스 중립적’인 도약을 선언하게 됐다.

특히 앱스토어 정책 변화에 맞춰 게임 에뮬레이션도 공식 지원하며, 애플이 아이폰16 공개 당시 대표 액세서리로 백본 프로를 소개하는 등 기술력과 시장성 모두를 인정받고 있다. 본격 판매에 앞서 정확한 가격은 관세 결정 이후 명시될 예정이지만, 기존 제품군과의 호환성과 추가 기능을 고려하면 경쟁력 있는 가격대가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단일 디바이스에서 다양한 플랫폼 게임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컨트롤러가 앞으로 콘솔 자체보다 더 중요한 사용자의 ‘게임 정체성’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카이라 CEO도 “앞으로 게이머는 기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컨트롤러와 더 깊은 애착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경계를 가로지르는 설계 능력을 갖춘 팀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발언이다.

기술과 디자인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게임 컨트롤러 시장에서, 백본 프로는 앞선 기기들과 전혀 다른 방향의 진화를 제시하고 있다. 수백 번의 반복과 사용자 테스트를 거쳐 손에 쥐는 감각 하나까지 고려된 결과물은 단순한 주변기기가 아닌, ‘플랫폼 그 자체’로의 확장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