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대 꺾였나… 암홀딩스, 실적 발표 후 주가 11% 급락

| 김민준 기자

영국 반도체 설계 업체 암홀딩스(Arm Holdings)의 주가가 시간 외 거래에서 11% 이상 급락했다.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소폭 웃돌았지만, 향후 분기 실적 전망치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영향이다.

암은 2025 회계연도 4분기(1~3월) 실적에서 주당 55센트의 조정 순이익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였던 52센트를 상회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12억 4,000만 달러(약 1조 7,800억 원)로 집계됐다. 이 역시 월가 예상치인 12억 3,000만 달러(약 1조 7,700억 원)를 소폭 웃돌았다. 특히 이번 분기 매출은 창사 이래 최초로 10억 달러를 돌파한 기록을 세우며, 분기 기준으로도 가장 높은 성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순이익은 2억 1,000만 달러(약 3,000억 원)로 전년 동기보다 소폭 감소하며 성장 한계를 노출했다. 동시에 향후 실적 역시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주가 하락에 무게를 실었다. 암은 오는 2026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을 10억~11억 달러로 제시했는데, 중간값 기준으로 시장 컨센서스인 11억 달러에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주당 순이익 가이던스도 30~38센트로 제시돼, 예상치인 42센트를 하회했다.

르네 하스(Rene Haas) 암홀딩스 최고경영자(CEO)는 주주 서한에서 “분기 매출과 로열티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며 “에너지 효율을 기반으로 한 컴퓨팅 수요가 인공지능 확산과 맞물리며 로열티 수익이 6억 달러(약 8,600억 원)를 돌파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신 설계 아키텍처인 ‘Armv9’의 채택이 확대되며 기존 Armv8보다 높은 로열티 수익률을 거뒀고, 데이터센터와 자동차 칩 분야에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기술적으로는 애플(AAPL), 퀄컴(QCOM), 엔비디아(NVDA)를 포함한 대형 고객사로부터의 매출 지속성과, 마이크로소프트(MSFT)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 서버 칩 도입 확대가 성장 기반을 탄탄히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로 로열티 매출은 전년 대비 18% 오른 6억 700만 달러(약 8,730억 원), 라이선스 및 기타 수익 부문은 53% 증가한 6억 3,400만 달러(약 9,120억 원)를 기록했다.

다만 불확실성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추가 관세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암의 매출에도 잠재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제이슨 차일드(Jason Child) CFO는 “관세가 로열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최종 시장의 수요 전망에 대한 가시성은 여전히 낮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독려하는 일환으로 칩 설계와 제조 전반에 추가 요건을 부과할 가능성이 있어, 이로 인한 라이선스 비즈니스의 위축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암은 당분간 연간 실적 전망은 내놓지 않기로 결정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소프트뱅크 그룹이 여전히 최대 주주로 있는 암은 2023년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AI 반도체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지만, 단기적인 불확실성과 고평가 논란은 여전히 주가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판단된다. 이번 실적 발표 이후 암 주가는 연초 대비 약 1% 하락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