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를 비롯한 미국 반도체주가 13일(현지시간) 일제히 급등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인공지능 스타트업 ‘휴메인(Humain)’과의 대규모 공급 계약 체결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중동 순방이 본격적으로 진전되면서 향후 더 많은 국제 협력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도 확산되고 있다.
이날 엔비디아는 6% 이상 폭등했고, 경쟁사인 AMD(AMD)는 4% 가까이 상승했다. 두 기업은 휴메인에 고성능 반도체를 공급하고,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및 연산 시설 확충에 협력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방문 차 사우디를 찾은 직후 이 같은 협약이 공개돼 경제 외교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엔비디아는 향후 5년간 수십만 개에 달하는 최고사양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할 계획이다. 첫 번째 프로젝트로는 18000개의 GB300 그레이스 블랙웰(Grace Blackwell) GPU가 투입되는 고성능 AI 슈퍼컴퓨터 구축이 예정돼 있으며, 초고속 데이터 전송을 위한 InfiniBand 기술도 포함된다.
AMD 측 또한 휴메인과 함께 미·사우디 양국에 걸쳐 AI 연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약 10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미와 중동 지역이 글로벌 AI 연산 허브로 떠오를 가능성에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동 순방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약 1조 달러(약 1,440조 원) 규모의 무역·투자 약속을 사우디로부터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며, 에너지 및 방산 협력 확대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랠리는 엔비디아와 AMD에 그치지 않았다. 브로드컴(AVGO), 마이크론(MU) 등 다른 반도체 기업들도 동반 상승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3% 가까이 올랐다. 하루 전 미국과 중국이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한 것도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엔비디아와 AMD,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일정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반도체 산업 전반에 ‘정치적 훈풍’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이들 반도체 업체가 AI 신흥 시장으로 떠오른 중동에 본격 진출함에 따라 공급망 다변화, 현지 생산 확대 등의 구체적 변화도 가시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