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aS 가격 전략 ‘정밀화’ 전쟁…캔바·유니티 사례가 남긴 교훈

| 김민준 기자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에서 가격 책정 전략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단순 구독 기반 모델에서 벗어나 사용량 기반, 또는 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고객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격 전략 변경은 성장 기회를 열어줄 수 있는 수단이지만, 엉성한 접근은 고객의 반감을 사고 브랜드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캔바(Canva)와 유니티(Unity)처럼 급작스러운 요금 인상으로 강한 반발을 산 사례가 대표적이다. 유니티는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 공개적인 반발을 겪으며 기존 변경안을 전면 철회한 바 있다. 이처럼 요금 정책 변화는 고도로 정교한 커뮤니케이션과 사전 계획이 수반되어야 하는 고위험 전략이다.

미국 벤처캐피털 오픈뷰 파트너스에 따르면 현재 SaaS 기업의 약 66%가 사용량 기반 요금제를 도입했으며, 나머지 21%도 이를 시험 도입할 계획이다. 특히 사용량 기반과 구독형 모델을 결합한 혼합모델이 각광받고 있지만, 고객이 직접 가치를 체감해야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설계가 관건이다.

메트로놈(Metronome)의 공동 창업자 스콧 우디는 “가격을 올릴 때는 반드시 고객이 얻게 될 실질적 가치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기능, 성능 강화, 사용자 맞춤형 경험 등을 통해 가격 인상의 명분을 보여야 고객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격을 내릴 경우는 반대로 별도 설명 없이도 긍정적인 반응이 따르므로, 메시지 강도는 조정할 수 있다.

또한 큰 폭의 변화일수록 점진적 도입이 필수다. 캔바의 사례처럼 일부 요금제를 한 번에 180달러(약 26만 원)에서 500달러(약 72만 원)로 올리는 식의 급진적 조정은 되레 고객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 이럴 땐 인상 폭을 나누고 이유를 상세히 알려주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기존 고객에겐 일정 기간 이전 가격을 보장하는 ‘그랜드파더링(grandfathering)’ 전략도 유용하다.

가격 투명성도 신뢰 확보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특히 사용량 기반 요금제에서는 고객이 자신의 사용 내역과 청구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불필요한 혼란을 줄일 수 있다. 예산 설정이나 소비 경고 기능 같은 비용 관리 도구는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를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번 요금제 전환 흐름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변화는 AI 기술의 영향력이다. 생성형 AI와 같은 기술의 빠른 확산이 소프트웨어 기능 혁신을 부채질하고 있으며, 기존과 달리 클라우드 환경 내에서의 요금제 변경은 물리적 전환 부담이 크지 않다. 그만큼 구현 속도는 빨라졌고, 기업 간 경쟁 또한 훨씬 치열해졌다.

결과적으로 앞으로의 소프트웨어 가격 전략은 예전보다 더 빈번하고, 더 복잡하며, 더 정교하게 구현돼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다. 계획, 전략,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이 세 가지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고객은 기회가 아닌 위협으로 받아들일 것이고, 수익으로 이어져야 할 가격 변동은 되레 충성 고객 이탈이라는 손실을 안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