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베드, AI 시대 재도약…스틸헤드 8090으로 WAN 가속화 새 역사 쓴다

| 김민준 기자

리버베드는 자사의 설립 23주년을 기념하며 지난 10년 내 최대 규모의 신제품 출시를 단행했다. 광역 네트워크(WAN) 가속화 기술의 선구자로 알려진 이 회사는 새롭게 리오스(RiOS) 10이 탑재된 ‘스틸헤드(SteelHead) 90 시리즈’를 공개하며, 데이터전송 성능과 에너지 효율성, 인공지능(AI) 워크로드 처리 능력에서 대폭 개선된 모습을 선보였다.

새롭게 출시된 고급형 ‘스틸헤드 8090’ 모델은 최대 60Gbps 데이터 처리와 6Gbps 최적화 트래픽을 지원하며, 기존 제품 대비 두 배 수준의 성능을 제공한다. 또한 기존 장비 대비 랙 공간을 약 3분의 1만 차지해 전력 및 냉각 비용 절감에도 기여한다는 점에서 기업 고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리버베드는 클라우드 도입이 본격화되기 이전, WAN 최적화 시장의 패권을 쥐고 2011년 시가총액 60억 달러(약 8조 6,000억 원)를 기록하며 전성기를 누린 바 있다. 하지만 SD-WAN(소프트웨어 정의 WAN)으로의 기술 전환을 놓치면서 시장 경쟁에서 밀려났고, 이후 APM(애플리케이션 성능 관리)과 네트워크 가시성 중심의 관측(observability) 솔루션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현재 AI 확산이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고 있다. 리버베드는 중복 데이터 전송을 방지하고, 평균적으로 최대 90%의 데이터 전송량을 줄임으로써 클라우드 egress 비용을 50~75%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데이터 이전 속도 역시 극적으로 개선된다. CEO 데이브 도나텔리(Dave Donatelli)는 고성능 고객 사례를 언급하며, 1PB(페타바이트)의 데이터를 11일이 아닌 2일 이내로 전송한 경험을 소개했다.

리버베드는 물리적 제품 외에도 가상 및 클라우드 환경을 아우르는 전방위 솔루션 라인업을 공개했다. 예컨대 스틸헤드 버추얼(SteelHead Virtual)은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버전이며, 엣지와 브랜치 오피스를 겨냥한 4090·2090 모델도 새롭게 선보였다. 스틸헤드 클라우드(SteelHead Cloud)는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오라클 클라우드, 구글 클라우드 등 주요 플랫폼에 정식 등록돼 최대 20Gbps 속도로 데이터를 이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보안 측면에서도 리오스 10은 향상된 암호화 기능을 담고 있다. 인텔과 협업해 구축된 ‘포스트 양자 암호(Post-Quantum Cryptography)’ 및 ‘기밀 컴퓨팅(Confidential Computing)’ 기술이 적용돼 하이브리드 환경에서의 민감 데이터 보호 체계가 크게 강화됐다.

한편, 리버베드는 이번 제품군 출시와 함께 기존 라이선스 모델도 전면 개편했다. ‘플렉스(Flex)’라는 신규 구독 모델이 도입돼, 고객은 하드웨어, 가상 머신, 클라우드 등 필요에 따라 라이선스를 유연하게 이동시킬 수 있게 됐다. 기존처럼 장비별 고정 라이선스에 얽매이지 않도록 하면서, 고객 맞춤형 아키텍처 전환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선됐다.

지난 2023년 벡터 캐피털(Vector Capital)에 인수된 이후, 리버베드는 자사의 비즈니스를 가속화와 관측 두 축으로 재편했다. 관측 부문은 연간 102% 성장했으며, 가속화 부문 역시 59% 성장해 전체 매출은 90% 이상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도나텔리 CEO는 “우리는 단순히 데이터를 보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성능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도록 가속화를 통해 행동에 옮긴다”고 강조했다.

이번 리버베드의 새 제품과 기능은 5월부터 공식 출시되며, 올 연말 추가 업데이트도 예고돼 있다. WAN 가속화 시장이 줄곧 쇠퇴하는 듯 보였지만, AI 시대가 다시금 리버베드를 중심으로 한 재편을 이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