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양자컴퓨팅 주가 급등 뒤 공매도 폭탄…월가 '양극단 베팅'

| 김민준 기자

AI와 양자컴퓨팅 관련 종목이 최근 월가에서 주목받는 주요 테마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기업은 동시에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되고 있다. 완화된 미중 갈등과 둔화된 인플레이션,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 중 공개된 연쇄적인 대형 딜 소식 등으로 투자 심리는 크게 회복됐고, 이에 따라 AI 주가들이 다시 반등했지만, 일부 트레이더들은 이 추세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매도 성향이 두드러지는 대표주 중 하나는 사운드하운드AI(SOUN)다. 엔비디아(NVDA)의 투자를 받은 이 기업의 주식은 약 12억 달러(약 1조 7,300억 원) 규모가 공매도 포지션으로 잡혀있고, 이에 비해 매수 포지션은 약 3억 4,000만 달러(약 4,900억 원)에 불과하다. 슈퍼마이크로 컴퓨터(SMCI) 역시 지난 한 주 동안 40% 가까이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규모가 매수 금액 대비 5억 달러(약 7,200억 원)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외에도 트레이더들은 리게티 컴퓨팅(RGTI), 아이온큐(IONQ), 디웨이브 퀀텀(QBTS) 등 양자컴퓨팅 관련 종목에 대해서도 강한 하락 베팅을 하고 있다. 특히 리게티의 경우 매수 대비 공매도 비율이 5:1에 이르러 *가장 공격적인 숏 포지션*이 형성돼 있다. 아이온큐와 디웨이브 역시 2:1 이상의 높은 공매도 비율을 기록 중이다.

이러한 현상은 AI와 양자컴퓨팅이 첨단 기술 산업에서 고속 성장 중인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높아진 밸류에이션과 높은 주가 변동성으로 인해 일부 투자자들이 조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기술 종목을 중심으로 형성된 최근의 강세장에는 단기 트레이더들과 헤지펀드들이 대거 유입돼 있고, 이들은 급등한 종목에 대해 하락 베팅을 병행하며 수익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흥미로운 점은 공매도 표적이 된 종목 중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DJT)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최근 정치적 뉴스로 인해 주목을 받았던 해당 종목은 거래량이 급증했지만, 그만큼 변동성도 커지며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숏 포지션의 유혹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게임스탑(GME), 플러그파워(PLUG) 역시 유사한 흐름 속에서 공매도 물량이 매수보다 약 두 배 가까이 많아졌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첨단기술 시장, 특히 AI와 양자컴퓨팅에 대한 월가의 시선은 현재 극단적으로 양분돼 있다. 장기적 성장성에 베팅하는 투자자들과 단기 조정에 주목하는 트레이더들 간의 공방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한 주가 변동성 증폭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