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브릭스, AI 인프라 강화 위해 '서버리스 포스트그레SQL' 니온 10억 달러에 인수

| 김민준 기자

데이터브릭스(Databricks)가 서버리스 포스트그레SQL(PostgreSQL) 스타트업 니온(Neon)을 인수하며 AI 인프라 경쟁 구도에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었다. 인수 금액은 약 13억 4,000만 원($1억)을 웃도는 10억 달러(한화 약 1조 4,400억 원)로 평가된다. 이는 2022년 설립 이후 불과 2년 만에 니온이 이룬 눈부신 성장을 반영하며, AI 기반 애플리케이션 개발 생태계가 얼마나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인수는 그 자체로 데이터 중심 기업조차 차세대 AI 대응을 위해 ‘서버리스’ 데이터베이스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를 보여준다. 특히 데이터브릭스가 전통적으로 데이터레이크하우스 플랫폼을 주력으로 내세워 기존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를 대체하려 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니온 사용자의 80% 이상이 AI 에이전트 기반 데이터 생성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은 기업형 AI 개발 방향이 어떤 기술을 필요로 하는지 명확히 말해준다.

니온이 제공하는 서버리스 포스트그레SQL은 데이터 저장과 컴퓨팅 기능을 분리하는 구조로, 자동 확장성과 지점(branching)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는 버전 관리 시스템 깃(Git)처럼 데이터베이스 상태를 분기해 AI 프로젝트를 더 유연하게 전개할 수 있도록 만든다. 특히 불규칙한 데이터 수요를 가진 에이전틱 AI 개발에선 이런 유연성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

포스트그레SQL은 1996년부터 오픈소스로 개발되어온 신뢰도 높은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로, 현재는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SQL 서버, MySQL에 이어 전 세계 네 번째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서버리스 방식은 개발자가 빠르게 환경을 구축하고 자동 확장할 수 있어 AI 기반 서비스에 최적화된 솔루션으로 주목받아 왔다.

구글, AWS,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은 이미 서버리스 포스트그레SQL 제품을 시장에 내놨고, 타임스케일(Timescale), EDB, 인스타클러스터(Instaclustr) 같은 중소 벤더도 다양한 변형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브릭스는 이미 경쟁사였던 비트.io(bit.io)를 인수한 바 있음에도 또다시 니온을 품에 안으며 그 차별화를 인정하는 모양새다. 데이터브릭스의 필 신(Phil Shin) 사업개발 책임자는 “비트.io는 셀프 서비스 환경에 중점을 뒀던 반면, 니온은 개발자와 AI 에이전트 친화적 플랫폼으로 한층 진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내부에선 이 같은 행보를 포스트그레SQL 기술에 대한 강력한 신뢰의 표시로 해석하고 있다. EDB 제품 부문 부사장 맷 욘코빗(Matt Yonkovit)은 “서버리스는 빠른 테스트 환경이나 AI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뛰어난 선택지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더 강력한 통제력과 성능이 요구되기 때문에 기술적 보완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서버리스 환경의 확장성과 비용 절감 장점은 분명하지만, 주권적 데이터 관리 이슈도 떠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 인프라 전문 애널리스트인 하윤 박(Hyoun Park) 아말감 인사이트 최고경영자 겸 수석 애널리스트는 “AI 프로젝트에선 데이터 저장과 계산 수요를 예측하기 어렵다. 서버리스를 통해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니온의 기술은 매우 전략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데이터브릭스가 이전에 인수한 모자이크AI(MosaicML)의 커스텀 모델 운영에도 니온의 기술이 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인수는 기업이 AI 역량을 확보하려면 기존의 정적 인프라 대신 유연하고 자동화된 데이터베이스 환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특히 에이전틱 AI와 같은 동적 워크로드를 전제로 한 구조에선 더더욱 그렇다. AI를 사업 전략의 중심으로 두고 있는 기업이라면, 이제 데이터베이스도 단순한 기술 요소가 아니라 AI 성패를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데이터브릭스의 이번 10억 달러 베팅은 그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