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제조 기업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가 2분기 실적과 향후 전망에서 시장 기대치를 소폭 밑돌면서 주가가 시간 외 거래에서 5% 넘게 하락했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 지표로 여겨지는 이 기업의 실적 발표는 업계 전반에 신중한 기류를 불러일으켰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이번 분기에 주당순이익(EPS) 기준 2.39달러의 조정 이익을 기록해 월가 예상치 2.31달러를 웃돌았다. 하지만 매출은 71억 달러(약 10조 2,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지만, 시장 기대치 71억 3,000만 달러를 다소 밑돌았다. 순이익은 21억 3,000만 달러(약 3조 600억 원)로 전년 대비 약 24% 증가했다.
문제는 향후 실적 전망이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3분기 매출 전망치를 72억 달러(약 10조 3,600억 원) 수준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시장 컨센서스인 72억 2,000만 달러에 못 미친다. 회사의 보수적 가이던스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며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삼성전자, 인텔, 대만 TSMC 등 주요 반도체 제조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이 기업들의 장비 발주는 생산 라인 확대 또는 업그레이드와 직결된다. 따라서 어플라이드의 실적은 반도체 산업의 방향성을 진단하는 데 중요한 참고 지표가 된다.
게리 디커슨(Gary Dickerson) 최고경영자(CEO)는 분석가들과의 전화 회의에서 "고성능, 에너지 효율적인 AI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반도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현재 고객사들은 인공지능 관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설비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는 고객 및 파트너들과 협력해 업계 로드맵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기업의 최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 간 무역 갈등이 지속되는 점은 여전히 불안요소다. 미국 정부는 최근 전자 및 반도체 장비 산업에 대한 *부문별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으며, 이는 어플라이드의 매출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까지 반도체 제조 장비는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지만, 향후 정책 변화 가능성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이에 대해 디커슨 CEO는 "현 시점에서 반도체 관세 전망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며, 단기적인 불확실성보다는 업계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요 변화는 아직 감지되지 않았다”며 고객사들이 여전히 AI 관련 기술력 확보를 위해 발주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경기 흐름과 맞물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의 향후 행보는 업계는 물론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투자 방향과 미중 무역협상이 향후 실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