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 연다…AI로 동작부터 학습까지 혁신

| 김민준 기자

엔비디아(NVDA)가 사람이 걷고 움직이며 작업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슈퍼컴퓨터부터 영상 생성 AI까지, 엔비디아는 자사의 핵심 기술을 총동원해 차세대 로봇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를 통해 자사의 로봇 개발 플랫폼 ‘아이작(Isaac)’의 핵심 요소들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사고 및 판단 능력을 모델링한 ‘GR00T N1.5’와 새로운 동작 데이터를 생성해내는 신규 설계도 ‘GR00T-Dreams’가 포함된다. 이와 더불어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 기반의 시스템도 투입해 로봇 개발 전반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AI와 로봇 기술 기업들의 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애질리티 로보틱스, 보스턴 다이내믹스, 포시링크, XPENG 로보틱스 등 주요 로봇 개발 업체들이 엔비디아의 아이작 플랫폼을 채택하면서, 실제 제품 개발과 시장 투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젠슨 황(Jensen Huang) CEO는 “물리 기반 AI와 로봇이 차세대 산업 혁명을 이끌 것”이라며 “시뮬레이션 환경, 훈련용 컴퓨팅 인프라, 실제 로봇에 탑재되는 엣지 시스템까지 모든 단계의 기술을 엔비디아가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심은 데이터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검증하도록 돕는 AI 기반 워크플로우다. 그중 GR00T-Dreams는 단일 이미지 입력만으로 로봇이 복잡한 동작을 수행하는 시뮬레이션 영상을 생성하고, 이를 통해 학습 가능한 데이터 조각을 추출하는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코스모스(Cosmos)’ 모델은 로봇 특화 영상 AI로, 기존 데이터 없이 새로운 작업에 대한 학습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을 통해 생성된 데이터는 실제 물리 환경에서 수개월이 걸릴 동작 훈련을 단 하루 반 만에 대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물을 분류하거나 집어넣는 동작같이 반복되는 제조 작업에서 GR00T N1.5는 정확도와 적응능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 모델은 올 하반기 ‘Jetson Thor’ 시스템을 통해 상용화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기존 ‘GR00T-Mimic’ 설계도와 함께 GR00T-Dreams 기능을 통합해, 학습 속도와 모델 성능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GR00T-Dreams는 사람이 직접 시연한 몇 가지 동작을 기반으로,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합성 운동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합성 정보는 로봇에 적용돼 현실에서 실시간으로 새로운 동작을 이해하고 수행하는 데 쓰인다.

GR00T N1.5는 다가오는 6월 9일 오픈소스로 공개될 예정이며, GR00T-Dreams 역시 순차적으로 공개 일정이 정해질 전망이다. 이미 후광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AeiRobot는 자연어 명령으로 산업용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플랫폼 구축에 GR00T를 활용 중이며, 포시링크는 로봇 팔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훈련 환경과 데이터 확보를 위한 엔비디아의 인프라도 강화됐다. 오픈소스 기반의 시뮬레이터 ‘Isaac Sim 5.0’, 실험 플랫폼 ‘Isaac Lab 2.2’, 그리고 2만 4,000건이 넘는 고품질 로봇 운동 데이터로 구성된 데이터셋이 개발자들에게 제공된다. 복잡한 영상 생성과 데이터 합성이 필요한 사용자는 엔비디아 DGX 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GB200 NVL72 시스템을 통해 최대 18배 빠른 성능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의 RTX PRO 6000 워크스테이션은 델(Dell Technologies), 레노버, 슈퍼마이크로 등 주요 제조사들을 통해 출시되며, 향후 산업별 맞춤형 로봇 개발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는 이번 전략을 통해 기존 텍스트 생성과 이미지 합성에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물리 세계의 생성형 AI’ 산업에서 한 발 앞서간다는 목표다. 데이터, 연산, 시뮬레이션을 통합한 세 가지 기술 축으로, AI 로봇 시대의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복안이다.